“2011년 세계경기 둔화” 잇단 경고… 골드만삭스 이어 世銀서도 비관
입력 2010-10-05 22:02
내년 세계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이어 세계은행(WB)도 내년 경기 둔화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세 둔화에 이어 최근 글로벌 경기를 이끌어온 중국과 인도의 성장세 약화가 주요한 이유다. 환율 갈등도 불안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의 둔화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신흥시장 수출비중이 70%를 넘어선 우리 경기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내년 경기 둔화 전망 확산세=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오는 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WB 연차총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5%, 3.3%로 제시했다. 수치상으로는 0.2% 포인트 격차에 불과하지만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나눠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경기 변동 폭이 좁은 선진국 경기가 올해 2.5%에서 내년 2.3%로 둔화되는 반면 개도국은 올해 6.6%에서 내년 6%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졸릭 총재는 4일(현지시간) “10% 가까운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세계 경제를 견인해온 중국과 인도의 성장곡선이 앞으로 평탄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올해(2.6%)보다 낮춰 잡는 등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6%로 0.2%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기 둔화 우려에는 선진국과 개도국 요인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 금융위기 방어를 위해 나랏돈을 시장에 쏟아 부은 선진국은 내년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변변찮은 반면 시장의 자생력은 미약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7, 8월 농업부문을 제외한 취업자수가 두 달 연속 5만4000명 감소세를 기록했고, 소매판매 회복세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유럽도 올 들어 전기 대비 성장률이 2분기 1%, 3분기 0.5%에 이어 4분기 0.4%로 전망되는 등 회복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강유덕 부연구위원은 “경기 침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낮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도국 둔화 폭 커지면 한국 수출 타격”=잇단 내수강화 정책에 힘입어 중국경제의 흐름은 아직까지 좋은 모습이다. 태풍과 홍수 등 기상악화로 물가만 급등했을 뿐 생산과 소비 모두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유럽 등 선진국의 재정 긴축 움직임에 신흥국의 통화 긴축이 겹칠 경우 글로벌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우리나라 신흥시장 수출비중이 70%를 넘어선 상황에서 둔화 폭이 커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도 5일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주요국의 경기회복 지연 소지, 환율변동성 확대, 유럽 재정문제 등 불확실성”을 위협요인으로 거론하면서 “대외여건 급변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경제 부문별 위험요인에 대한 점검 및 체질개선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