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이버 왕따’ 심각한 사회문제로… 온라인에 욕설·사진 등 올려 청소년 20% 피해 경험

입력 2010-10-05 18:16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노스햄튼의 사우스 해들리 고교 1학년생인 피비 프린스(15)는 올 초 삼각관계에 연루되면서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프린스에 대한 괴롭힘의 강도가 심해진 건 누군가 페이스북에 그녀를 ‘아일랜드 창녀’라고 조롱하는 글을 올린 뒤부터다. 학교에는 프린스의 사진이 욕설이 적힌 채 내걸렸다. 프린스를 향해 음료수 캔을 집어던지거나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발생했다. 피할 길이 없었던 프린스는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미국 사회에서 청소년 사이에 만연돼 있는 집단 괴롭힘이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힘을 빌려 극심해지는 상황이라고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엔 럿거스대 1학년생인 타일러 클레멘티(18)가 목숨을 버리면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룸메이트가 자신의 사생활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인터넷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뉴스위크는 프린스와 클레멘티의 사례처럼 일명 ‘사이버 괴롭힘(Cyberbullying)’의 폐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버괴롭힘 연구센터가 올해 10∼18세 청소년 4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8%가 사이버 괴롭힘의 희생자였거나 가해자로 가담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 수치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사이버상에서 집단 괴롭힘의 형태는 다양하다. 가해자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부터 온라인상에 글, 사진, 동영상을 올린다.

문제는 디지털 기기가 다양하게 발달하면서 사이버 괴롭힘의 피해 청소년이 더 늘 것이라는 점이다. 사이버 괴롭힘에 가담하는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저학년 아동이 이용하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웹킨즈의 대변인 수전 맥베이는 “자사 사이트에서 괴롭히는 일들이 발생하는 걸 종종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괴롭힘의 강도도 현실세계보다 강하다. 가해자들은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 때문에 죄책감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삼아 파급력이 크고,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한번 올린 게시물은 지우기도 쉽지 않다.

사이버 괴롭힘의 피해 사례가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포크대 법학대학원 데이비드 야마다 교수는 “관련 산업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문제는 무자격 컨설턴트나 치료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가들을 관장하는 단체나 자격증을 부여하는 기관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