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희토류 이어 식량 확보 전쟁… 中, 대두·옥수수 등 대량 매입으로 싹쓸이
입력 2010-10-05 18:16
일본이 중국에 대응해 희토류(稀土類·희귀금속류) 확보에 나선 데 이어 식량 확보에도 발 벗고 나섰다. 중국의 대규모 곡물 수입에 일본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00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대두 수입을 시작한 중국의 연간 수입량은 1300만t에서 올해 5000만t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한때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이었던 일본의 연간 수입량 360만t의 14배에 해당되는 양이다. 중국은 대두뿐만 아니라 옥수수 수입도 대폭 늘렸다. 올 9월 말 기준으로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27배나 늘어난 130만t의 옥수수를 수입했다.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의 곡물부문 대표인 고지 후쿠다는 “중국이 대두와 옥수수를 사들이면서 8월 말 이들 곡물의 선적량이 이례적으로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엄청난 구매력 때문에 일본은 과거에 누리던 구매 협상력이 약화돼 곡물 수입 때 더 많은 값을 지불하는 상황이다. 일본 상사 관계자는 “중국이 옥수수를 지금보다 더 많이 수입할 경우 일본의 물량 확보 전망에 엄청난 충격 요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이 미국의 농경지나 수출 터미널을 통째로 사들일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일본은 수입국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해외에서 직접 농작물 대량생산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 마루베니 상사는 최근 프랑스산 밀을 수입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마루베니의 고지 후쿠다는 “그동안 프랑스는 수입 대상국으로 생각조차 안 했지만 최근 국제 상황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일본 농산물업체인 가이아링크스는 아르헨티나 바라데로 지역에서 유기농법으로 콩과 옥수수 재배에 나섰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곡물은 모두 일본으로 보내지고 있다. 구호기구인 일본국제협력기구는 아프리카 서부 해안의 기니 사바나 지역을 콩, 옥수수, 면화 등과 같은 곡물재배가 가능한 비옥한 농토로 바꿔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앞서 일본은 센카쿠열도 분쟁 중 중국이 희토류 금수조치를 취하자 이에 자극받아 공급선 다변화와 대체자원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일본의 종합상사인 도요타 통상은 베트남에 합작회사를 세우고 2012년 희토류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쓰이 상사도 브라질의 광산 개발에 참여해 지분의 20%를 확보할 계획이며 다른 일본 기업도 호주 몽골 등과 앞다퉈 희토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