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실천적 진보’… 農心속으로

입력 2010-10-05 22:12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5일 배추밭을 찾았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실천적 진보’를 몸으로 보여주겠다는 공약대로 취임 후 첫 탐방 일정을 ‘채소값 파동’의 현장으로 잡은 것이다.

손 대표는 점퍼와 작업복 차림으로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고랭지 채소 재배 마을을 찾아 두 시간가량 배추 무 단호박 밭 등 마을 곳곳을 꼼꼼히 둘러봤다.

2000평가량의 땅에 고랭지 배추 1만여 포기가 심어져 있는 밭에 들어선 손 대표는 재배 농민에게 포기당 가격과 연간 수입, 조기 출하 여부 등을 자세히 묻고는 수첩에 일일이 메모했다. 또 밭에서 직접 배추 한 포기와 무 한 개를 뽑아 그 자리에서 바로 씹어 먹는 등 특유의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폭우로 쓸려나간 무 밭에선 “농사 망친 사람들은 하소연할 데도 없고 뭘 먹고 사느냐”며 농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서민생활에 관심을 보이면 장관과 국장 등 실무자들이 미리미리 대책을 세우게 돼 있다”며 “그런데 이 정부는 도시지역 소비자 물가만 생각했지 채소값 급등의 원인이 된 농사를 망친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없다. 친서민이라고 하지만 친서민이 아닌 게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다음 방문지인 경기도 여주 이포대교 4대강 공사 현장에서도 “정부는 4대강 사업 하천부지의 밭 농지가 1.4%밖에 안돼 채소값 급등과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작물의 상당수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먹는 것들”이라며 “농산물은 생산량 10% 차이로 가격이 50∼60%씩 변화한다는 것을 간과한 의미 없는 강변”이라고 비판했다.

◇당직 인선=손 대표 취임에 따른 당직 인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손 대표 측은 지도부 여론 수렴과 국정감사 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인선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와 공석인 사무총장, 대표 비서실장, 당 대변인 자리는 비워두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아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 내외에서는 통합 선거로 지도부가 선출됐기 때문에 인선은 계파와 지역 등을 고려한 탕평인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대표와 호흡을 맞춰야 할 사무총장과 비서실장, 대변인은 직할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지명직 최고위원은 지도부 내부에 영남 출신과 친노 인사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는 분위기다. 대구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유력시되고 있으나 뜻밖의 인물이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사무총장에는 3선의 김부겸 정장선 의원과 박양수 전 의원이 물망에 올라 있다. 대변인엔 우제창 의원과 차영 캠프 대변인이, 대표 비서실장에는 양승조 이찬열 의원이 거명되고 있다.

◇정세균 복귀할 듯=손 대표는 4일 저녁 정세균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를 만류하며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진퇴를 놓고 고민 중인 정 전 대표가 이르면 6일 광주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사퇴를 만류하는 원로 및 중진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복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지만 시기는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