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대마도 블루스

입력 2010-10-05 17:46

지난주에 여야 의원 37명이 국회에서 모여 ‘대마도 포럼’을 창립했다기에 검색해 보니 사이트 하나 없다. 정책연구조직을 표방하지만 정치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 일본이 독도를 고집하니 우리도 “대마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자는….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도 최근 정부에 대마도 영유권 공론화를 주문했다.

대마도에 대한 우리의 심경은 간단치 않다. 가만히 있자니 아쉽고, 말하자니 저어해진다. 그랬다가 일본과 똑같은 수준이라고 욕먹거나, 저들의 독도 전략에 말려들까 두렵기도 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역사적 인연이 많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의 땅인 대마도. 국경이나 영토는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대마도는 부산과 49.5㎞ 거리다. 대마도에서 일본 본토가 132㎞니 한국 땅이 더 가깝다. 배를 타면 2∼3시간에 닿는다. 우리 영토로 표시된 옛 지도도 있다. 대마도를 지배하거나 속주(屬州)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고, 이종무 장군은 세종 연간인 1419년에 직접 정벌하기도 했다. 가까이는 1949년에 이승만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대마도 반환을 요구했다.

지금도 대마도 곳곳을 한국인들이 활보한다. 주말에는 800명쯤이 찾는다. 혹독한 멀미를 견디고 상륙한 한국인들은 대마도에서 일본을 느끼기보다 한국의 흔적을 찾는다. 대마도 귀족과 결혼한 덕혜옹주의 결혼봉축비를 찾지만 공주는 대마도에 살지 않았다. 최익현 선생의 순국비를 참배하면서도 정작 충남 예산에 있는 선생의 무덤은 모른다.

조선통신사가 다녔던 길을 한국의 자전거족이 휘젓는다. 풍광이 수려하고, 오르락내리락 코스가 좋으며, 음식도 훌륭하다는 이유다. 이들은 보통 3박4일간 승합차를 행렬의 앞뒤에 세우고 대마도의 해변도로를 누빈다. 해변에서 민박하며 바다낚시를 즐기는 한국인도 많다.

대마도 사람들도 지역의 특수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부산시 대마도구(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인의 후예도, 사업하는 한국인도 많다. 섬 재정을 살찌우는 관광객의 90%가 한국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섬이 일본국 나가사키현 소속이라는 사실이다. 주민들은 일본 정부에 세금을 내고, 학생들은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교육을 받는다. 섣부른 영유권 주장은 독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 정광태의 노래도 발목을 잡는다.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일본땅, 독도는 우리땅∼.”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