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박병광] 北 3대 세습에 대한 중국의 시각
입력 2010-10-05 17:34
북한은 지난주 44년 만에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마침내 3대 세습후계체제를 공식화했다. 김일성-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위해 김정일의 여동생과 매제까지 동원되는 친족 지도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경제난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김정일로서는 3대 후계 세습이 체제존속과 정권유지를 위해 유일한 돌파구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원조 없이는 주민들이 먹고살지도 못하는 인구 2400만의 북한을 약관(弱冠)의 나이에 불과한 김정은이 통치한다는 것은 북한의 미래와 관련하여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이번에 3대 세습체제 구축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노동당 대표자회는 김정일 방중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8월에 있었던 김정일의 중국 동북3성 방문은 김정은 후계체제 공식화의 전주곡이었다. 당시 김정일은 김정은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했으며 후진타오와 시진핑 등 중국의 지도부와 최초의 상견례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후계 세습에 대한 암묵적 지지를 획득한 김정일로서는 귀국 후 속도전과 파격으로 묘사되는 ‘압축적’ 후계체제 공식화를 진행한 것이다. 이는 마치 ‘종주국’과 ‘위성국’ 사이에 이뤄지는 현대판 책봉(冊封)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새에 다름없다.
공식적으론 “북한 내부의 일”
중국은 과거 김일성이 사망한 바로 다음 날에도 덩샤오핑 명의로 “조선 인민들은 김일성 동지의 유지를 계승해 김정일 동지를 지도자로 하는 조선노동당 주위에 단결해 조선반도의 평화와 발전을 도모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조전을 보냈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김정일을 중심으로 조선 인민들이 단결하라”는 뜻이며 김정일 정권의 탄생을 중국이 적극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일 당시 김정일이 김일성의 권력을 승계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지닌 인물이나 그룹이 있었더라도 중국 최고지도부가 보낸 조전을 보고서 독자적인 주장이나 행보를 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중국지도부는 북한의 3대 세습후계체제 구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중국정부는 북한의 세습 과정이 “북한 내부의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내 다수의 한반도전문가들도 “북한 후계문제는 중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고 중국은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다만 북한의 안정과 발전을 원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이고 공개된 장소에서의 언급일 뿐 중국의 젊은 관료와 전문가들 대부분은 북한의 세습후계체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즉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북한의 3대에 걸친 세습후계체제는 역사의 발전을 무시한 봉건왕조시대로의 회귀이며 사회주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략적 자산’으로 보기 때문
북한의 세습 행보는 세계적으로도 비난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중국정부가 내부적으로 지지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도 안정적인 친중(親中)정권이 북한에 유지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즉, 중국은 북한을 여전히 자국의 안보와 직결된 군사지리적 완충지대로 여기는 등 일종의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북핵문제와 최근의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 김정은이 통치하게 될 북한은 갈수록 중국에 ‘전략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인식과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요인이다.
북한의 3대 세습후계체제 구축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숙제를 던진다. 북한의 권력교체기를 염두에 둔 다각적 대북정책을 설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북한의 세습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체제 불안정 심화와 더불어 대화와 타협의 극적인 대전환까지도 폭넓게 고려하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세습후계체제 구축이 가져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硏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