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전자戰 대비 제대로 하고 있나
입력 2010-10-05 17:35
지난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서해 일대에서 항공기와 선박의 위성항법시스템(GPS)이 매일 1∼2시간씩 간헐적으로 수신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 관계 당국에 신고가 잇따랐다. 당시 국토해양부가 충남 안흥에서 전남 홍도까지 약 260㎞ 일대 지역에서 전파 장애가 발생한 사실은 확인했으나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그런데 엊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전자전 공격에 의해 전파 교란이 일어난 것으로 정부가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야 확인된 것이다.
GPS는 선박 항공기 자동차 등 운송과 물류, 측량, 제조 등 산업 분야뿐 아니라 군사용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2만㎞ 상공에 떠 있는 인공위성에서 발사한 전파를 수신하기 때문에 신호가 약해 방해 전파의 간섭을 받기 쉬운 단점이 있다. 낮은 전력의 배터리를 사용해 휴대가 가능한 장비로도 수십㎞ 밖의 수신기를 교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GPS 시스템의 취약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가 개발한 ‘GPS 재머(jammer)’라는 배낭 크기의 GPS 전파 방해 장비가 2003년 이라크전 때 미군의 첨단 유도 미사일을 교란시켜 작전에 차질을 빚었다. 오래 전에 러시아로부터 이 장비를 도입한 북한은 개량형 장비를 만들어 중동 등지에 수출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이미 2006년 국정감사 때도 북한이 ‘GPS 재머’를 사용해 신호를 교란시킬 경우 유사시 우리 군이 북한의 장사정포를 정밀 타격해 무력화시키는 방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GPS 재머’는 전파 수신을 방해할 뿐 아니라 가짜 신호를 보내 선박이나 항공기가 위치를 잘못 인지하게 할 수도 있다. GPS 오작동으로 인한 혼란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함께 북한의 신호 교란을 피할 수 있는 유도 미사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또 북한이 전자기파로 컴퓨터와 통신장비를 마비시키는 핵전자기펄스(EMP)탄을 개발하는 데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