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상 속이는 법부터 가르친 기여입학

입력 2010-10-05 17:32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공개추첨으로 진행되는 입학사정에서 탈락한 학생을 불법으로 입학시킨 한양대 부설 한양초등학교가 경찰에 적발됐다. 사립초등학교에서 기여입학이 수년간 은밀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5일 학생 1인당 1000만원을 받고 118명을 정원외 입학시킨 이 학교 전 교장 오모(64), 조모(63·여)씨와 보이스카우트 운영비를 횡령한 교사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기자재를 납품하거나 공사를 하청받기 위해 금품을 준 업체 대표 등 7명과 학교 직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학교는 편입학할 때도 1·2학년은 1000만원, 3·4학년은 500만원, 5·6학년은 200만원을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받았다.

오씨와 조씨는 교장 재임 기간인 2004년부터 올해 8월까지 118명을 뒷문으로 입학시키는 대가로 받은 돈과 업체 대표로부터 받은 뇌물 등 18억2000만원을 차명계좌에 넣어 비자금으로 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오씨와 조씨가 명절 선물비, 교사들 회식비, 휴가비 등으로 4억2100만원을 횡령하고 나머지는 정상적인 학교 기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자녀를 불법으로 입학시킨 학부모 중에는 변호사 의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있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할 인사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불법행위부터 가르친 것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깨끗하게 살려는 서민들은 이들의 작태를 보고 분노와 함께 심한 허탈감마저 느꼈을 것이다. 경찰은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돈을 준 학부모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옳다.

사립초등학교 주변에서는 돈만 내면 불법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학교에 따라 1000만∼3000만원을 내면 된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공정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키로 한 경찰은 사립초등학교의 ‘입학장사’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교육당국은 학교장과 교사의 비리는 물론 정원외 입학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관할 교육청 관계자들을 징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