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문양의 재발견, 독특한 매력… 세계 수놓을 디자인으로 뜬다

입력 2010-10-05 21:30


문양(紋樣)의 일차적인 기능은 장식성이다. 도형과 색상의 반복적인 조합은 실용성만으로 밋밋할 수 있는 대상에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사물과 공간에 덧입혀진 부감효과는 전통문양에서 더욱 두드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민족 고유의 폭넓은 미의식에 시간의 깊이가 곁들어진 숙성의 결과다. 한국인의 의식 속에 깃든 ‘추상’이 문양의 모습으로 ‘구체’가 되는 것이다.

고유의 문양이 공동체의 문화적 정서를 드러내는 집단의식의 표출로 설명되는 이유도 이러한 상징성에 있다. 상징으로 승화된 장식은 한국 전통문양의 고유한 개성 속에서 그 매력을 더욱 아름답게 드러낸다. 한국 전통문양의 가장 고혹적인 매력은 ‘자연친화형 디자인’이다. 전통 건축물의 단아한 단청무늬가 배경의 수려한 산세와 이루어내는 훌륭한 어울림이 그 대표적인 모습이다. 인공의 장식이 자연의 일부라고 느껴지는 기분 좋은 착시를 가져올 정도다. 자연 속에 깃든 전통의 기교는 현대 건축물의 화려한 치장이 흉내 낼 수 없는 조화로움을 품고 있다. 이런 멋스러움은 과장 없는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심용식(58) 소목장(小木匠)은 한국 전통문양의 특징을 안정적이고 편안한 디자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동북아 문화권에서 일본의 문양이 지나치게 날렵하고 중국의 문양은 지나치게 기교가 많은 반면, 한국의 문양은 수수하고 점잖은 품위가 있다”고 강조한다.

‘생활밀착형 디자인’은 한국 전통문양의 또다른 매력이다. 직물에 아로새긴 자수 문양과 떡살에 새겨진 격자무늬는 삶 속에 살아 숨 쉬는 생활예술의 단면을 보여준다. 일상의 재료에 새겨진 전통문양은 심미성과 실용성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쓸모’ 위에 정갈하게 버무려진 ‘꾸밈’은 한국 전통문양의 독창성이다.

삶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한국 전통문양의 매력은 ‘미래지향형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는 시공의 틈 속에 박제된 장식물이 아니라 현대 디자인으로 훌륭하게 재창조될 수 있는 생명력을 의미한다.

독일 뮌스터 대학 디자인연구소 프란츠 클러만(41) 연구원은 “다소 과장된 장식성을 추구하는 서구의 패턴장식과는 달리 한국의 전통문양은 정돈된 조화로움이 돋보인다”며 이런 특징이 절제된 실용성을 추구하는 현대 디자인의 이념과 일치한다고 감탄한다.

그동안 한국 전통문양은 이처럼 뚜렷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고루함이라는 편견 속에 지난 시대의 유물로 치부됐다. 전통과 현대의 간극 속에 움츠러들었던 전통문양이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면 현대 디자인의 새로운 가치로 보편화되는 ‘찬란한 유산’이 될 수 있다. 한국 전통문양의 편안한 아름다움과 조화로운 화려함이 가장 한국적인 가치에서 가장 세계적인 가치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글=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