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독립영화인 소통 부재 현장 목소리 전달할 길 없어”

입력 2010-10-05 21:27


임창재 독립영화협회 이사장에게 들어보니

‘다양성 영화’(일반 상업영화와 대조되는 예술영화·독립영화·저예산 영화 등)는 흔히 영화산업의 뿌리에 비유된다. 영화인들은 다양성 영화 상영은 문화의 획일화·상업화·종속화에 대응하고 다원적 가치를 존중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독립영화는 다양성 영화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토대에 해당한다.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를 둘러싸고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이 영진위 위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사태들로 어수선했던 지난 1일, 서울 공덕동 독립영화협회 사무실에서 임창재 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을 만났다.

임 이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영화진흥위원회와 독립영화인들 사이에 소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영진위와 독립영화계 사이의 최대 문제점으로 ‘영진위와 영화인들 간의 소통 부재’를 꼽았다. “지난해 9월 조희문 위원장이 취임한 후에는 얼마 전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영화인 대토론회’가 있기 전까지 영진위와 우리가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쪽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길이 없는 거지요.”

조 위원장 취임 이후 독립영화계와 영진위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날은 마침 서울행정법원에서 “영진위의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온 직후이기도 했다.

지난 1월 영진위가 독립영화전용관·영상미디어센터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 독립영화인들이 집단 반발하는 사태가 법원 판결로 일단은 마무리된 것이다. 독립영화계가 반발했던 이유는 사업자로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가 전 사업자였던 ‘미디액트’를 제칠 만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 골자였다. 미디액트는 독립영화계에서 7년여의 시간을 들여 키운 전용관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 이사장은 “공모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영상미디어센터 등의) 심사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영진위가 2011년도 영화발전기금 예산안에서 독립영화 제작지원비를 없애고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제작지원작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일게 된 것은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의 잘못입니다. 공정성 시비 때문에 간접지원 방식으로 바꿨다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아요. 간접지원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선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임 이사장은 영진위와 문화부 당국자들에게 ‘목소리’를 전달할 방도가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한 듯했다. 그는 “(조희문 위원장 취임 전에는) 영진위에 영화 분야별로 소위원회가 있어서 소통의 창구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다 없어졌고, 그래서 영진위는 현장에서 필요한 게 뭔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배급·상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 대한 위기감이 절박해 보였다. “설령 영진위가 독립영화계에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감독들은 영화를 계속 만들 겁니다. 하지만 이미 있는 토대는 흔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진위는 이와 관련, “간접지원은 지원작 선정 과정과 지원비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모두 담보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