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불신자들에 대한 구원은?”… “자비 베푸시는 하나님의 몫”

입력 2010-10-05 17:45


복음주의가 자유주의에 답하다/존 스토트, 데이비드 에드워즈/포이에마

복음주의에 대한 논의가 기로에 처해 있다. 한국 상황에서 복음주의란 용어는 그 내포와 외연이 점점 공허한 빈 용어가 되어 가는 인상이다. 때론 근본주의와 동의어로 쓰이고 종종 보수주의와 다르지 않게 혼용된다. 신학적 개념이기보다 자주 저널리즘적 용어로 호출되고 있다.

존 스토트를 읽으면 복음주의가 품을 수 있는 입장의 최대공약수를 확인할 수 있다. 책은 복음주의란 무엇이며 그것이 근본주의나 자유주의와 어떻게 다른지 일급 복음주의자에게 대답을 끌어낸다. 영국의 유명한 자유주의 신학자 데이비드 에드워즈가 존 스토트의 저작을 섭렵한 후 복음의 능력, 성경의 권위, 십자가의 대속, 그리스도의 기적, 성경과 행위, 종말론과 구원이란 여섯 가지 주제를 뽑아 복음주의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존 스토트의 답변을 듣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시대 저명한 복음주의 지도자인 존 스토트는 한국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기독교 작가 1위’의 자리를 고수할 만큼 세계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영적 리더다. 그는 1945년 올 소울즈 교회에 부임한 이래 그곳을 단 한번도 떠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성실하고 체계적으로 전하는 것에 가장 큰 중점을 두었다.

그는 성경에 복종해야 함을 강조했으며 복종의 의미는 글자를 곧이곧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하나님 나라의 삶에 함의하는 바를 꿰뚫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계시와 구속, 성경 그리고 십자가는 복음주의의 본질이자 영원한 진리이다. 사람들은 이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현대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허나 우리에겐 진리를 놓고 마음대로 타협할 권한이 없다. 이 주장은 존 스토트가 수십년간 사역하면서 설교해온 내용이다. 또 그런 삶을 살아내기 위해 그가 생의 전부를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수십권에 달하는 존 스토트의 저서와 설교 그리고 신학적 가치관을 통째로 요약했다고 볼 수 있다.

존 스토트와 데이비드 에드워즈의 논쟁 중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은 ‘구원’에 대한 주제였다. “타종교 신봉자, 혹은 그리스도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신실함, 헌신을 보면서 하나님은 왜 그들을 영접해주지 않는가”를 묻는 데이비드에게 존은 “인류는 죽을 수밖에 없고 스스로 구원할 수 없으며 예수님만이 유일한 구세주임을 우리가 믿지 않느냐,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이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전개했다.

실제로 복음에 응답해야 할 우리의 책임에 대한 엄중한 경고들이 성경 속에 여러 차례 반복된 반면 복음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하나님이 어떻게 다루실지에 대해서는 계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그들에 대해서 무한한 자비를 베푸시는 하나님 손에 맡겨 두어야 한다고 존 스토트는 강조했다.

불신자들의 운명과 성경에서 말하는 지옥의 의미에 대한 두 사람의 첨예한 대립과 논쟁은 지금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들이다. 그런데 존 스토트는 어느 한쪽을 무너뜨릴 수 있는, 또 모든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주장은 없다고 보았으며 ‘어느 한 가지 관점만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독단성을 오히려 염려했다. 그가 견지한 열린 자세와 겸허한 판단은 성경 해석과 관련한 많은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