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2010… ‘308色 영상’ 세상을 새롭게 읽는다
입력 2010-10-05 17:40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 남포동 및 해운대 일대에서 7∼15일 열린다. 영화제 기간 67개국에서 초청된 308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장이머우(張藝謨)·유키사다 이사오·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할리우드 배우 윌렘 데포와 일본의 인기 스타 아오이 유우·미야자키 아오이 등 세계 각지의 영화계 별들이 부산을 찾는다. 15년 만에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발돋움한 부산영화제를 속속들이 짚어 보자.
◇어떤 프로그램 준비됐나=이번 부산영화제의 한국영화 회고전에서는 ‘스타, 배우, 그리고 김지미’라는 이름의 김지미 특별전이 마련됐다. 김수용·김기영·임권택 등 당대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작업했던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다큐멘터리와 8편의 상영작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비오는 날의 오후 세 시’ ‘토지’ ‘댁의 부인은 어떠십니까’ ‘길소뜸’ 등 주옥 같은 명작들이다.
‘한국영화의 고고학’에서는 걸작으로 꼽히는 우리 영화 두 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영상자료원의 발굴로 복원된 신상옥 감독의 1955년작 ‘꿈’과 이형표 감독의 61년작 ‘서울의 지붕 밑’이 그것이다. ‘꿈’은 삼국유사에 실린 ‘조신설화’를 원전으로 해 인생무상이라는 동양적 주제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서울의 지붕 밑’은 한의사와 양의사의 갈등을 이야기 축으로 3·15부정선거 세대와 4·19혁명 세대의 시대성을 담아냈다.
최근의 우리 영화 흐름을 알고 싶은 사람은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을 놓치지 말 것. 최근 개봉했거나 해외 영화제에서 성과를 올린 우리 작품들이 상영된다.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하하하’,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 임상수 감독 작품 ‘하녀’ 등 22편이다.
◇화제작·프로그래머 추천작= 300편이 넘는 영화제 상영작들을 1주일 안에 모두 관람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 부산을 찾는 팬들은 프로그래머 추천작들을 참고할 만하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쥘리에트 비노슈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증명서’가 우선 눈에 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강의하는 영국인 작가가 갤러리를 운영하는 미지의 여자와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주인공 쥘리에트 비노슈와 윌리엄 쉬멜의 연기가 빛난다.
우위썬(吳宇森) 감독 연출, 정우성 주연의 무술영화 ‘검우강호’ 역시 기대작이다. 자객 신분을 감추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정징’이 ‘지앙아솅’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과거가 드러나면서 위기를 맞는다는 줄거리다. 한국과 중국 홍콩 대만을 아우르는 다국적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1999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바 있는 무랄리 나이르 감독의 ‘처녀 염소’는 농부 싱이 염소 라일라의 짝을 지어 주기 위해 길을 떠나는 날 마을에 고위 관료가 들이닥친다는 설정이다. ‘풍자영화의 대가’라는 감독의 별명다운 유쾌함으로 가득 찬 영화다. 마니 라트남 감독이 연출한 ‘라아바난/라아반’ 역시 ‘특이한 영화’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 벨기에 출신 구스트 판 덴 베르게 감독의 ‘플랑드르의 아기 예수’, 윌렘 데포가 주연한 콜라그란데 감독의 ‘우먼’ 등 쉽게 접하기 힘든 작품들이 그야말로 ‘널려’ 있다. 가을의 해운대와 활기 넘치는 군중들은 부산영화제의 또 다른 꽃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