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호 감독 ‘불량남녀’… 빚 때문에 스트레스 팍팍! 웃음도 팍팍!

입력 2010-10-05 17:41


빚 독촉에 시달리는 남자와 빚 독촉이 직업인 여자가 만난다면. 신용카드를 긁는 순간 우리는 모두 빚을 진 것에 진배없는 상황이지만, 빚과 나의 한 판 승부에서 누가 이길지는 매번 쉽게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색즉시공’, ‘청담보살’ 등으로 코믹 배우로서 입지를 굳힌 임창정의 신작 ‘불량남녀’에서 다룬 주제다.

신근호 감독은 지난 4일 서울 을지로6가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5년 전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일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 빚 독촉 전화를 거는 여직원과 매일 다투다 “돈을 직접 받으러 오겠다”는 말에 그럼 어디 한 번 찾아와 보라고 말했다고. 그런데 그 여직원이 정말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신 감독은 그녀와 술자리를 함께하며 빚 갚는 법에 대한 조언까지 들었다고 한다. 임창정이 맡은 인물 ‘방극현’은 신 감독의 과거와 닮아 있다. “직접 겪은 일인 만큼 굉장히 사실적인 대사로 가득 찬 시나리오”라는 게 신 감독의 설명이다.

방극현은 정의를 위한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열혈 형사다. 그가 인생에서 저지른 유일한 실수라면 친구의 빚 보증을 서준 것. 빚 독촉 전화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점점 잦아지다가 30분 간격으로 쉬지 않고 울리기에 이른다. 스트레스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 된 극현. 그러던 중 우연히 마주친 뒤 마음에 든 상큼한 여인 ‘무령’(엄지원)이 독촉 전화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스트레스로 따지자면 무령 역시 극현 못지 않다.

영화사 측은 “2006년 ‘달콤, 살벌한 연인’의 최강희·박용우 캐릭터를 더욱 코믹하게 변주했다”고 밝혔다. 임창정·엄지원은 2007년 ‘스카우트’에서도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청순하고 여린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엄지원의 연기 변신이 기대되는 영화다.

임창정은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인센티브로 감독님의 빚을 갚아줄 것”이라고 말했고, 엄지원은 “인터넷과 전화요금 등을 연체해 재산압류 신고가 들어왔던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빚 때문에 마음 한 켠이 그늘진 채 살아야 하는 서민들의 아픔과 웃음이라는 코드를 동시에 버무리겠다는 의도다. ‘주유소 습격사건’ ‘일단 뛰어’ ‘육혈포 강도단’ 등으로 이어지는 돈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들의 계보를 ‘불량남녀’가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