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에 英 로버트 에드워즈… ‘체외수정’ 개발해 불임치료 길 터
입력 2010-10-04 21:53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1978년 세계 최초로 시험관 아기의 탄생을 가능케 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로버트 G 에드워즈(85)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4일 체외수정(IVF) 시술을 개발, 전 세계 모든 부부의 10% 이상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불임 치료의 길을 연 에드워즈 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체외수정(In Vitro Fertilization) 시술은 정자나 난자는 정상이지만 난관(나팔관)의 이상으로 수정이 되지 못해 불임이 됐을 때 체외에서 수정시켜 48시간 배양한 뒤 여성의 자궁 속에 수정란을 착상시켜 임신을 시키는 방법이다.
노벨위원회는 에드워즈 교수가 1950년대부터 체외수정이 불임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연구한 끝에 인간 수정의 중요 원리를 발견하고 마침내 시험관에서 사람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의 노력은 동료인 고(故) 패트릭 스텝토 박사와의 공동 연구로 1978년 7월 25일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을 탄생시킴으로써 결실을 맺었다.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만명 이상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으며 루이스 브라운도 현재 만 32세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1985년 10월 서울대병원 장윤석 교수팀에 의해 시험관에서 배양된 수정란이 모체의 자궁 속에 이식돼 쌍둥이 남매가 태어난 것이 최초다. 시험관 아기 시술 실현에 핵심 역할을 했던 스텝토 박사는 88년 숨져 올해 노벨상 수상 대상이 되지 못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정훈 교수는 “현재는 시험관 아기 시술의 적응 대상도 매우 넓어져 난관이 없는 상태의 체외 인공수정은 물론 난관이 막히거나 심각한 남성 불임, 자궁 내막증, 염색체 이상에 의한 유산 등 다양한 불임 상태에서도 임신 성공률을 50% 이상 끌어 올릴 수 있는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평소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자녀를 갖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해 온 에드워즈 교수는 현재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벨위원회는 “불행히도 에드워즈 교수는 지금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다”면서 “그의 아내가 남편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에드워즈 박사에게는 1000만 스웨덴크로네(약 16억7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한편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5일) 화학상(6일) 문학상(7일) 평화상(8일) 경제학상(11일) 순으로 발표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