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화재현장 가보니… 38층 펜트하우스 2가구 완전 잿더미

입력 2010-10-04 18:34

화재로 미화원 작업실과 38층 펜트하우스 등이 불에 탄 부산 우동 우신골든스위트는 ‘폐허’ 그 자체였다.



4일 오후 2차 정밀감식을 마치고 처음 공개된 화재 현장은 사건발생 3일이 지났지만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특히 진화 당시 뿌려져 바닥에 고인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참상을 짐작케 했다.

화재가 처음 발생한 곳으로 추정되는 4층 미화원 작업실 60여㎡의 공간은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한켠에 쌓인 폐지 등 재활용품은 검은 재로 변했고 평소 미화원들이 쉬던 간이침대는 불길에 타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널부러져 있었다. 불에 탄 대형 선풍기는 흉물스럽게 바닥에 넘어져 있고 천장으로 지나가는 각종 배관은 강한 화염에 노출돼 녹아내리거나 휘어졌다.

미화원 작업실 옆 빈 공간에는 재활용을 위해 수거해 둔 책상과 책꽂이, 냉장고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평소 해운대해수욕장과 웨스틴조선호텔, 동백섬 등 부산 최고의 명소들을 조망할 수 있던 창문에는 포격을 맞은 듯 유리창이 박살나 있었고 창문틀은 검게 그을린 채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4층 발코니에는 화재 당시 쏟아진 유리파편과 철근, 삽, 장갑, 양철통, 철판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가구 전체가 전소된 38층 펜트하우스 2개 동은 완전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내부 콘크리트 벽에는 쩍쩍 갈라진 금과 움푹 파인 자국이 선명했다. 천장 구조물도 힘없이 늘어졌고 부분적으로 폭삭 내려앉은 곳도 많았다. 전깃줄도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바닥은 바둑판 모양의 구조물이 뼈대를 드러낸 가운데 목재 등 마감재는 모두 다 타버렸다.

폐허로 변한 38층과 달리 37층 3가구는 외벽과 일부 벽체가 불에 타고 진화용 물이 스며든 것 외에 큰 피해가 없는 모습이었다.

이곳 입주민 김모(55)씨는 “화재가 진압될 때까지 5시간 이상 지나 집 내부가 모조리 탔을 것이라고 낙담하고 있었는데 막상 확인해 보니 큰 피해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4층 미화원 작업실과 2개 펜트하우스가 전소되고 3개 가구가 부분 피해를 입는 데 그쳤다. 전체 202가구 가운데 198가구는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철근콘크리트 벽체와 방화벽 등이 피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건축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화재 진압에 참여했던 한 소방관은 “불길이 외벽만 태운 채 바닷바람 영향으로 순식간에 옥상으로 번져 펜트하우스만 전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전기 및 통신시설을 응급 복구한 1층의 은행과 증권사는 정상영업을 했다. 그러나 1층 건물 관리사무소는 거칠게 항의하거나 입주가능여부 등을 문의하는 입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민 이모(60)씨는 “건물 내부에 쓰레기(재활용품) 처리장을 운영하는 등 건물관리가 엉망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시공업체와 관리업체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분개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방본부,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4층 발화지점에 대한 2차 정밀감식을 실시했다. 감식결과는 4∼5일 뒤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건물의 불법용도변경과 외장재 적정사용 여부 등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입주민들은 이날 대책회의를 갖고 주민과 외부전문가 등으로 ‘피해복구 특별대책위’를 구성·운영키로 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