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122원… 환율 ‘날개없는 추락’
입력 2010-10-04 21:34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로 급락했다. 수출 촉진 등을 위해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 하락(환율 상승) 에 올인하는 가운데 원화는 다른 주요국 통화보다도 절상률(환율하락률)이 가파르다. 추락하는 환율 속도를 조절하려 외환 당국이 달러를 사들이면서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8.1원 내린 1122.3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7일 연속 하락했으며 지난 5월 4일(1115.5원) 이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최근 한 달간 절상률은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대비 9월 말 원화절상률은 5.2%였다. 이는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엔화(1.1% 절상), 위안화(1.8%)보다 4∼ 5배 높은 수치이며 싱가포르 달러(2.8%), 대만 달러(2.1%) 등을 훨씬 웃돌았다. 호주 달러(8.6%)와 유로화(7.6%) 정도만이 원화보다 높은 절상률을 기록했다. 4일까지 환율절상률은 무려 6.7%로 뛰었다.
최근 원화 강세는 글로벌 달러 약세와 함께 무역수지 흑자,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순매수 등으로 국내에 달러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외환 당국으로서는 고민이다.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무턱대고 개입하거나 팔짱만 끼고 있기도 애매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자칫 중국과 함께 한국도 ‘환율 조작국’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서다. 또 환율전쟁을 중재해야 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시장 개입의 의혹을 살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당국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하지만 원화 강세는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에 타격을 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까지 떨어지면 국내 주력 수출기업 영업이익은 5조9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당국은 외줄타기 하듯 외환시장에 대한 미세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 9월 말 외환보유액이 2897억8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44억2000만 달러 많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당국의 개입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화가치 상승을 조절하기 위해 당국이 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