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號 출항… 취임 첫날 축하하러 온 총리·靑수석에 ‘쓴소리’
입력 2010-10-04 18:18
민주당 손학규 신임 대표는 취임 첫날인 4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공식일정만 7개에 달했다. 하지만 메시지는 명확했다. 야권에는 수권의지를 강조하며 통합을 위해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국민들에게는 제1야당 대표로 반서민 정책과 특권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첫 일정으로 현충원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손 대표는 방명록에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눈으로 보고 국민의 힘으로 정권교체 이룩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국민과 괴리된 구호뿐인 진보는 의미가 없다”는 평소 생각대로 직접 현장 속으로 들어가 ‘실천적 진보’를 몸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이어 국회에서 당 대표로 처음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국민을 무시하는 특권과 반칙, 반서민과 반평화 정책에 결연히 맞서서 민주·민생·평화의 기치를 높이 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명성을 내건 대여 강공 기조를 통해 제1야당의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취임 축하차 예방한 김황식 국무총리,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잇단 면담에서 쓴소리를 쏟아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손 대표는 김 총리에게 최근의 배추값 폭등을 언급하면서 “공정사회라는 구호가 서민들에게는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총리가 “예방 행정과 현장감이 중요하다”고 답하자, 손 대표는 “현장행정 차원이 아니라 서민에 대한 관심, 양극화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여줘야 하고, 또 국가지도자에게 우리 사회가 계급사회가 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으면 아래로 확산될 것”이라며 “공정사회라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 평등한 사회라는 게 느껴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손 대표는 새 지도부와 함께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김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북한 동포가 우리 민족이고 공동체라는 생각을 가져야 되는데 북한을 밀어붙이고 압박하고 있다”며 “남북관계는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기득권 포기를 앞세워 다른 야당과의 통합·연대 논의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 자신을 혁신하는 자세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가 언급한 ‘기득권 포기’는 다른 야당뿐 아니라 내부를 향한 화합과 포용의 메시지라는 중의의 성격이라는 해석도 있다.
따라서 당 내부적으로는 일단 ‘낮은 자세’를 취하며 계파 간 정면충돌로 치달았던 전당대회 후유증을 해소,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및 당직 인선도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는 방침이다. 한 핵심 측근은 “기본적으로 대표는 점령군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고 국감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성급한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