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선생님이 한문 수업… 전공 아닌 과목 가르치는 교사 많다

입력 2010-10-04 18:48


강원도 춘천시 A중학교에서는 음악 교사가 한문을 가르친다. 이 학교에서는 가정 교사가 컴퓨터를, 체육 교사는 도덕을 맡고 있다. 이렇게 교사가 자신의 전공이 아닌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수업이 일주일에 10시간이나 된다. B고교에서도 체육 교사가 도덕윤리를 가르치고 생물 교사가 ‘정보사회와 컴퓨터’ 과목을 강의한다.

중·고교에 전공과목 외에 다른 과목까지 가르치는 ‘상치교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공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공립 중·고교 상치교사는 865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치교사가 가장 많은 지역은 강원도로 중학교 96명, 고등학교 104명 등 200명의 교사가 자기 전공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이어 경북 122명, 경남 113명, 전남 101명 순이다. 이 같은 통계는 공립학교만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사립학교 교원까지 포함할 경우 상치교사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상치교사의 도농 간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경북 등 농촌지역의 상치교사가 100여명을 훌쩍 뛰어넘는 반면 대도시의 경우 서울 20명, 부산 29명, 대구 3명, 인천 38명으로 상치교사가 극소수에 불과했다.

상치교사는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원 수급 불균형이 가장 큰 이유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2007년 이후 교사가 400명이나 줄면서 불가피하게 한 교사가 다른 과목까지 가르치고 있다”며 “농촌지역 학생의 교육 여건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교과부는 학생이 감소하는데 무작정 교사 수를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농촌지역은 학교가 통폐합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교사를 많이 뽑을 수 없다”며 “시도교육청 별로 상치교사 해소를 위해 교사들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어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상치교사는 임용 과목과 상치수업 과목의 상관성이 너무 멀어 충분한 수업 역량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교육청 순회 교사를 늘리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