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협상’ 어렵게 하는 5가지 착각… 밀러 교수, WP에 기고

입력 2010-10-04 21:35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중동 평화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반응은 냉랭하다. 지난 30년간 중동 평화협상에 참여해 온 우드로 윌슨 센터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교수는 3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중동 평화협상에 대한 다섯 가지 신화가 협상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에 현실적 접근을 촉구했다.

먼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직접 대화가 중요하다는 고정관념이다. 지금까지 직접 협상이 성공한 사례는 1994년 요르단 협정뿐이다. 나머지는 양측의 불신만 가중시켰다. 밀러 교수는 “미국이 강력히 개입해야 합의가 가능하다”며 “팔레스타인 재건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요르단강 유역에 병력을 파견할 각오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으론 미국이 정직한 중재자였다는 착각이다. 그는 “미국은 공정하고 강한 중재자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데 실패했다”며 “이스라엘 입장을 협상 출발점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역 정착촌 건설 문제에만 매달리는 것도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연장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보란 듯이 건설을 재개했다. 밀러 교수는 “정착촌 문제보다 실질적인 내용이 더 중요하다”며 “이스라엘엔 안보를 약속하고 팔레스타인엔 정착촌 건설로 잃은 만큼의 땅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스라엘만 압박하면 된다는 것도 착각 중 하나다. 또 2곳으로 나뉜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을 각기 다른 정치조직이 장악하고 있는 한 협상은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중단시킬 수 있는 단일한 협상 상대가 있어야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고 밀러 교수는 지적했다.

중동 평화협상이 중동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밀러 교수는 “이스라엘 문제가 해결돼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이란 문제는 여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