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현대그룹이 자동차 광고 왜?
입력 2010-10-04 21:27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
자동차 회사의 광고 문구가 아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경쟁자 현대자동차그룹을 겨냥해 제작한 광고 문구다. 현대차그룹을 향해 건설업 진출을 단념하고 자동차 사업에 전념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일종의 네거티브 전략이다.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선전전으로 해석된다.
현대그룹은 4일 주요 일간지 1면에 “왜 외국 신용평가사는 자동차 기업의 건설업 진출을 우려할까요? 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주주와 노조의 소리에 귀 기울일까요?”라는 질문을 담은 광고를 게재했다.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와 닮은 자동차 스케치까지 실었다. 아울러 “현대건설의 미래는 현대그룹이 지키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에 전념하고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이 인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현대그룹은 그룹의 모태기업인 현대건설 인수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도 끌어들였다. 현대그룹은 최근 방송 광고를 통해 “현대건설은 아버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아들 고 정몽헌 회장에게 있어 모든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현대건설 입찰은 경영능력과 시장논리가 우선돼야 한다”며 “오늘 현대그룹 광고는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사실 현대그룹으로서는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 보유 및 우호지분이 약 45%다. 반면 현대중공업, KCC 등 범현대가 지분은 약 31%다. 따라서 현대상선 지분 8.3%를 갖고 있는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넘어가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앞으로도 여론전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