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가 수험생을 퀵서비스에 싣는가

입력 2010-10-04 17:51

지난 주말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대입 수험생들이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시험장으로 이동하는 희한한 풍경이 연출됐다. 2일과 3일 대학입시 수시 논술·면접고사를 치른 대학들 앞에는 퀵서비스 오토바이들이 장사진을 쳤고, 학생들이 오토바이 뒷좌석에 몸을 싣고 도심을 질주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올해 수시모집 정원이 늘어나고 중복지원을 허용하는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학들이 원서접수 전에 미리 전형 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탓이 크다. 즉 시험날짜만 고지하고 논술과 면접 등의 시간을 알려주지 않아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시간을 고려하지 못한 채 여러 대학에 중복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 대학 시험이 끝난 후 곧바로 이어지는 다른 대학 논술이나 면접 시험을 치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 이동을 감행한 것이다. 일부 수험생들은 헬멧도 없이 대형 화물차와 버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고, 시간에 쫓겨 교차로에서 신호까지 위반하는 등 위험에 노출됐다고 한다.

대학들이 미리 시험시간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전형료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래야 수험생들이 원서를 많이 내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일단 여기저기 원서를 낸 후 시험시간대가 맞지 않으면 포기하든지, 이처럼 무리를 해서라도 이동을 감행한 것이다. 결국 수험생들은 비싼 전형료를 날리고, 10만원 가까운 오토바이 요금까지 부담하는 이중손실을 본 셈이다. 시험일자 조정은 고사하고 시험시간만 미리 공개했어도 이런 일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학입시가 한두 해 치르고 마는 것도 아닌데 유사한 일이 매년 반복되는 것을 보면 우리 대학들에게 수험생들의 편의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닌 것 같다. 대학의 상업주의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정말로 그들의 눈에는 수험생이 돈으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도대체 교과부는 왜 존재하며, 국내 대학들을 대표한다는 대학교육협의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수험생을 위해서는 조금도 나서지 않으면서 대학 자율화만 외치고 있으니 국민들 눈에 곱게 보일 리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