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한 ‘음향대포’ 사들일 이유 없다
입력 2010-10-04 17:48
지난 1일 경찰이 G20 행사의 경호를 위한 ‘지향성 음향장비(음향대포)’ 시연회를 연 이후 안전성 논란이 한창이다. 시위진압을 위해 120∼140dB의 폭음을 발사할 경우 고막이 찢어지는 등 여러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음향대포 도입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 이 장비 도입을 위한 경찰장비규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고 조달청은 사흘 뒤 장비규격 공고와 입찰공고를 마치고 오는 22일까지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 납품한다는 일정을 내놓고 있다.
사실 G20 행사를 위한 경호경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0년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 행사를 위해 많은 시민들은 일정한 불편을 각오하고 있다. 그것은 의장국 국민이자 개최도시 시민으로서 의무이기도 하다. 경찰로서도 국가원수급 요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데다 테러와 시위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음향대포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장폭음향장치(LRAD)로 일컬어지는 이 음향대포는 원래 바다와 같이 소리가 멀리 퍼지는 곳에서 해적퇴치 등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120dB 규모의 소리를 1초 이상 노출하면 무기에 가까우며 경우에 따라 뇌나 안구 등이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장비 자체가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데도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한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고층빌딩이 밀집한 서울 강남에서 사용할 경우 예기치 못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음향대포가 형성하는 직접음에다 여러 건물들 간의 반사음이 겹쳐 음압(音壓)이 높아지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시위대 아닌 주변의 일반 시민은 물론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도 사정권에 드는 것이다. 여기에다 시위군중 속에 노인이나 어린이가 끼어 있으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는다. 이런 위험을 경찰이 모를 리 없다. 아무리 급해도 국민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시위진압 장비를 국가예산으로 사들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