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간 장기 이식 연구’ 어디까지 와있나…영장류 실험 진전, 윤리문제 숙제

입력 2010-10-05 00:52


이종(異種)간 장기 이식은 세포나 조직 및 기관을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이식하는 것으로, 인간의 장기만으로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인간 이외 동물(돼지, 원숭이 등)의 장기를 연구 대상으로 한다.

이 가운데 돼지는 장기의 크기가 인간과 유사할 뿐 더러 무균 상태에서 사육이 가능하고 다산성이며 가격이 저렴한 점 등 때문에 이종 이식용 장기의 제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다 자랄 경우 300㎏에 육박하는 일반 돼지와 달리 다 자라도 성인 체중과 비슷한 80㎏ 정도가 유지되는 미니 돼지가 장기 이식에 적합해 국·내외적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향후 사람에게 적용될 경우 현재 턱없이 부족한 장기 이식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미니 돼지를 이용한 국내 이종간 바이오 장기 개발 및 이식 연구에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바이오이종장기개발 사업단(단장 김상준)은 2006년부터 무균 미니 돼지의 췌도와 각막, 심장 도관 세포를 영장류인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해 오고 있다. 영장류 이식 실험은 인간에게 적용하기 직전의 최종 동물실험 단계다.

사업단 부단장 박정규 교수는 4일 “지금까지 무균 돼지의 췌장에서 떼어낸 췌도 세포(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를 당뇨병에 걸린 12마리의 원숭이에게 이식해 관찰 중인데, 처음에는 혈당 조절 효과가 3일 정도 지속되는 데 그쳤지만 최근 실험에서 45일까지 늘어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하지만 “전세계 200여명의 이종 장기 이식 전문가 회의 결과, 8마리 이상 영장류로 실험해야 하며 그 중 절반 이상에서 6개월 넘게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동물 유래 전염병 방지 등 안전성도 확보돼야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면서 2013년쯤 임상시험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술이 실용화될 경우 당뇨병 환자는 돼지의 췌도를 이식받아 인슐린 주사 없이도 혈당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박 교수팀은 또 올해부터 무균 돼지의 각막을 원숭이 10마리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8마리에서 최장 330일까지 기능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췌도 이식 보다 훨씬 좋은 성과다. 연구팀은 올해 안에 원숭이 대상 심장 도관 세포 이식 실험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처럼 췌도 세포나 각막 등 조직은 이종 이식시 나타나는 면역거부 반응이 비교적 적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돼, 2∼3년 내에 사람 대상 임상시험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온전한 고형 장기의 경우는 조직보다 훨씬 복잡한 생리적 특성으로 인해 여러 단계의 면역 거부 반응을 없애거나 돼지의 면역 관련 단백질을 인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장기 이식후 수분 내지 수시간 만에 발생하는 초급성, 수일 후 발생하는 급성, 수개월 후 발생하는 세포성, 수년이 지나 발생하는 만성 면역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련된 여러개 유전자를 동시에 조작한 ‘형질 전환 돼지’의 생산이 우선 진행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최근 초급성 및 급성 면역거부반응 관련 유전자 2개(Gal-T, MCP)를 동시에 제어한 형질 전환 복제 미니 돼지 ‘믿음이’ 생산에 성공했다. 농진청 동물바이오공학과 박수봉 과장은 “지난해 이종 이식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면역 거부 반응 유발 유전자인 Gal-T만을 없앤 미니 돼지 ‘지노’ 생산에 이어 한 단계 진척된 성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형질 전환 돼지의 장기를 영장류 실험을 거쳐 인간에게까지 적용하려면 앞으로도 밝혀지지않은 다양한 면역 거부 반응 관련 유전자 제어 작업과 연간 30두 이상 대량 생산 및 공급, 수세대 동안 특정 병원균 제어 상태로 사육함으로써 안전성 확보 등 거쳐야 할 난관이 많다. 아울러 동물과 사람간 장기 이식에 따른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 토대 마련도 시급하다.

2008년 중국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주관 아래 ‘이종 이식 임상적용에 대한 규제’ 회의가 열린 바 있지만 국내에선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10일 의료계와 학계, 국립축산과학원 등이 함께 ‘바이오 장기 생산연구협의체’를 구성해 바이오 장기용 돼지의 공동 개발 및 활용에 나서기로 해 주목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