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자 가을을 읽자] 결실의 계절… 당신 마음곳간은 무엇으로 채우렵니까
입력 2010-10-04 17:40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가족 중 누군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내적 원인을 감지한다면 갈등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내적치유가 필요한 사람의 가족이나 당사자는 책읽기를 통해 인간행동의 심리적 배경을 이해하며 나아가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폴 투르니에의 ‘인간 치유의 심리학’을 읽고 몸과 마음이 병들었던 결혼생활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인간관계에 갈등과 번민이 많으면 심인성 질환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병이 남편에게 비롯된 것이라면 부부관계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그녀는 ‘아내사표’를 남편에게 던졌다. 남편은 도저히 당신의 잔소리를 받아줄 수 없다고 말하는 아내를 의아하게 쳐다봤지만 아내를 사랑했기 때문에 아내의 제의대로 함께 책읽기를 시작했다.
남편의 남존여비 사상은 폴 투르니에의 ‘여성, 그대의 사명은’ ‘강자와 약자’를 읽고 남녀평등 사상으로 바뀌었다. 그 후 팀 라헤이의 ‘성령과 기질’이란 책을 통해 부부는 서로 다른 기질을 갖고 태어나 각자의 은사에 맞게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깊이 깨달았다. 또 부부갈등을 해소해 가는 과정에서 그때마다 적절한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남편은 차츰 변화되기 시작했다. 또 그녀는 남편의 성장과정을 알게 돼 남편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부부는 스콧 펙의 ‘끝나지 않은 길’을 통해 ‘사랑’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었다. ‘사랑이란 자신과 타인의 정신적인 성숙을 도와줄 목적으로 나 자신을 확대해 나가려는 의도’라는 것을 인식하고 지난 91년 가족의 정신건강을 위한 독서치료모임 ‘신성회’를 창립했다. 신성회를 이끌고 있는 이영애 실장과 정동섭 교수 부부 이야기다.
사실 책읽기를 통한 치유는 가장 오래된 전통을 지닌 교육 및 상담 접근방법이다. 그만큼 책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물론 책읽기나 독서모임이 가족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모든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고 맹신해서는 안 된다. 책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돕기 위해 허락하신 방편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직장인 11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의 한달 독서량이 평균 2.6권으로 집계됐다. 또 직장인들은 독서 비용으로 한달 평균 3만2000원을 지출하고 있는 반면 술값으로는 독서비용의 4배가량인 12만6000원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들이 책보다 술자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마음에 쌓인 아픔을 털어내고 새로운 사고를 만들어 내는 데 양서를 읽는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다. 하늘은 높고 맑은 가을이다. 한 권의 책을 들고 노천카페나 한강둔치 또는 공원의 나무벤치를 찾아 우리 영혼에게 쉼을 선물하자. 독서를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