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全代] ‘바람’이 조직 이겼다…호남 민심표 몰려

입력 2010-10-03 23:05

‘정세균의 조직’과 ‘정동영의 당심’도 ‘손학규의 바람’을 잠재우지 못했다.

3일 막을 내린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들은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까지 내다보는 전략적인 투표 성향을 보였다.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지만 대중 지지도가 낮은 후보(정세균 전 대표)와 한 차례 대선에서 실패한 후보(정동영 상임고문)보다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민심에서 앞선 손 대표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다. 여기에는 비호남 출신 간판을 세워서라도 지역당 이미지를 씻어내자는 전국 정당화의 열망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손 대표의 바람은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실시된 여론조사 등에서 감지됐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1위를 달렸기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 경선 혁명’의 진원지였던 이 지역에서 일어난 바람은 두 차례 재·보궐 선거와 6·2 지방선거에서 손 대표가 공을 들였던 충청권과 강원도에 이어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추석 이후 정 전 대표의 조직력과 정 고문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뭉치면서 손 대표의 지지세가 빠져나간다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일각에선 이번 대표 경선이 주류-비주류의 대결 양상으로 치러지면서 손 대표가 반사이익을 봤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손 대표가 정 전 대표와 정 고문 지지 성향의 대의원, 당원들의 1인2표 중 두 번째 표를 많이 얻었다는 얘기다. 실제 8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전대에서 득표수의 약 60%가 빅3 후보에게 집중돼 1순위뿐 아니라 2순위 표의 상당수도 이들에게 간 것으로 보인다. 주류와 비주류의 상호 배제 투표 현상이 이뤄졌을 경우, 손 대표가 유리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인천=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