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K-POP 붐!… 이집트여대생 방한 “슈주 너무 좋아요”

입력 2010-10-03 21:48


“미인이세요.”

슈퍼주니어 은혁의 칭찬에 이집트 여대생 싸마르 알싸이드(25)는 뺨이 발갛게 물들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압구정동 SM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진행된 KBS 월드 라디오(KWR)의 ‘케이팝 인터렉티브(K-POP Interactive)’에서 아랍어 위성방송 일일MC로 발탁된 알싸이드는 꿈에 그리던 슈퍼주니어를 앞에 두고 말을 잇지 못했다. KWR 아랍어 방송은 개시 35주년을 기념해 최근 14일간 한국 문화에 대한 퀴즈를 내는 이벤트를 열었다. 알싸이드는 이 이벤트에서 2000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1등을 차지해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대 농업학과 석사과정에 다니는 알싸이드는 10년 전부터 한국 대중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특히 한국 가요의 팬인데, SS501과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다. 그가 한류 블로그를 운영할 정도로 한국 문화에 관해서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전문가가 된 데에는 KWR의 아랍어 방송이 있었다. KWR 아랍어 방송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 아랍권 20여개국에서 청취 가능하다.

“매일 1시간씩 KBS 라디오를 챙겨 들어요. 제가 일일MC를 맡은 음악 프로그램 ‘케이팝 인터렉티브’도 좋아하고요, 사회 정치 문제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한국 뉴스도 흥미로워요.”

알싸이드를 만난 슈퍼주니어 4인방(이특 은혁 신동 성민)은 히잡을 쓴 여성팬으로부터 전해들은 아랍국가 내 K-POP 열풍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랍 팬들이 서투른 한국어로 ‘쏘리쏘리’를 부르거나, 슈퍼주니어 13명 멤버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우리가 이집트에서도 이렇게 알려져 있을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KWR 아랍어 방송 담당 배정옥 KBS PD는 “2004년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중동에 한국 드라마 붐이 일었는데, 요즘은 KBS 라디오를 타고 한국 가요가 소개되면서 한류 붐이 드라마에서 가요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지역에서 ‘겨울연가’ ‘가을동화’가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한국 드라마를 주로 방송하는 ‘코리아 전문 채널’ 들은 아랍 위성 채널 중 인기 채널로 자리를 잡은 상태다. 요즘은 슈퍼주니어, SS501, 동방신기 등 한국 아이돌이 중동에 소개되면서 한국 가요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배 PD는 아랍어권 청취자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청취소감이 급증한 것을 보면서, K-POP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15년 전만 해도, KWR의 청취 소감을 보낸 외국인들은 한달에 20∼30명 정도였어요. 또한 당시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모르코에서 보낸 편지가 6개월 뒤에 도착하는 등 피드백이 원활하지 못했죠.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들만 한달에 700∼800여 건에 이르고, 글이 올라오는 것도 즉각적이어서 깜짝 놀란다니까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