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20주년] “통독과 마르크화를 맞바꿨다”
입력 2010-10-03 22:36
독일이 20년 전 통일을 앞두고 주변 국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마르크화를 포기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 영문판이 1일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헬무트 콜 당시 독일 총리는 프랑수와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비밀협상을 벌였다. 프랑스의 요구 사항은 “독일 마르크화를 포기하고 유럽 단일 통화를 받아들이라”는 것이었다. 주변국의 지지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콜 총리는 결국 프랑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당시 마르크화는 안정적인 독일 경제와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한 금융산업에 힘입어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통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반면 프랑스는 경기침체로 프랑화도 약세였고, 영국 파운드화 역시 옛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유럽단일 통화 도입에 적극적이었고, 독일 국민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슈피겔이 입수한 당시의 비밀협상 기록에 따르면 미테랑 대통령은 독일 통일에 반대하면서 나머지 유럽 국가들도 힘을 합쳐 독일을 적대시하게 될 것이라고 콜 총리를 압박했다. 1, 2차 세계대전의 주범이었던 독일이 다시 통일해 강력한 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주변국들이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테랑 대통령은 독일이 통일되더라도 1913년과 같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콜 총리는 결국 마르크화를 포기하기로 결단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볼프강 쇼블레 현 재무장관은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닦기 위해 마르크화를 포기하고 유로화의 안정을 도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990년 10월 3일 독일은 통일을 이뤘고, 유럽 단일화폐 유로화를 출범시킨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1992년 2월 체결됐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