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이유로…男 100만원, 女 62만원
입력 2010-10-04 09:48
남녀 임금격차가 1998년 이후 오히려 커졌다. 특히 시간당 임금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5년 이후 남녀 임금격차에서 기업의 성차별적 요인의 비중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3일 ‘노동리뷰’ 9월호에 발표한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향상됐는가’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금 위원이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간당 임금 성비는 98년 0.693에서 2008년 0.628로 악화됐다. 임금 성비는 남성 임금을 1로 가정했을 때 여성의 임금 수준을 나타낸다.
KLIPS 조사 외에 사업체 대상 조사와 개인 대상 조사도 모두 외환위기를 전후로 성별 임금격차가 정체되거나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의 10인 이상 사업체 대상 조사에서도 평균 임금의 성비는 98년 0.637에서 2008년 0.623으로 다소 악화됐다.
이 기간 중 남녀 임금격차를 요인별로 분석하면 성차별, 즉 여성이기 때문에 기여한 생산성보다 덜 받은 임금분이 27.3%로 가장 컸다. 남성 프리미엄, 즉 남성이어서 생산성보다 더 받은 부분은 18.6%였다. 생산성 요인별로는 교육기간(14.7%)과 근속기간(14.4%)의 비중이 컸다.
금 위원은 “문제는 생산성 격차로 설명되는 비중이 2005년 이후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남녀 임금격차에서 생산성 차이로 설명되는 비중이 2005년 57.5%에서 2008년 53.4%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11년간 평균은 54.2%였다. 반면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손실은 25.0%에서 28.5%로 높아졌다. 금 위원은 “2005년 이후 성차별 개선 노력이 사회적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정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임금격차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남성에 비해 짧은 여성의 근속기간이 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속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모든 학력 계층에서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따라서 남녀 임금격차를 줄이려면 여성 근로자의 근속연수를 늘릴 대책이 시급하다.
금 위원은 “(유명무실해져가고 있는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를 포함해) 남녀 고용평등 정책 대상을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서 중소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면서 “법·제도 개선에 급급하거나 만족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