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20주년] 광장엔 베를린 장벽 모형…거리행렬·폭죽놀이도
입력 2010-10-04 01:30
독일 통일 20주년을 맞아 수도 베를린과 브레멘 등지에서 기념축제와 공식 기념행사가 열렸다.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브레멘에서 열린 공식 기념식에서 “공산주의의 족쇄를 벗어던진 사람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제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일부인 독일에서 새로운 연대의 틀을 찾아야 하는 거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논란이 된 이슬람계 주민들의 사회 통합 문제와 관련해 “기독교가 독일의 일부이고, 유대교가 독일의 일부인 것처럼 이제 이슬람도 독일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식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크리스티안 볼프 대통령과 함께 대부분 국내 인사와 주독 외교 사절들이 자리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주례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20년 전 자유를 향해 싸운 동독인들의 용기, 그리고 서독인들의 지원과 동조에 감사한다면서 “우리가 독일을 신속히 재건하고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동서독인들의 단합된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16개 주의 순번에 따라 공식 기념 행사가 열린 브레멘 시에는 광장에 분단과 통일을 사진과 글로 보여주는 베를린 장벽 모형이 세워졌고, 거리 행렬과 폭죽놀이 등도 열렸다. 또 베를린에서는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에서 통일 2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공연이 열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아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 전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자유의 축제’를 거행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조용한 편이었다.
독일 급진좌파들이 통독 20주년을 겨냥한 방화, 파괴 등의 테러 위협과 대규모 시위를 웹사이트를 통해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축제가 열리는 베를린과 브레멘에선 3000여명의 경찰 병력이 배치돼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브레멘에선 좌파 단체 1800여명이 거리 행진을 하는 등 반(反)민족주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