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투자가치보다 거주 만족 우선… 실수요자들 ‘주택 개념’ 바뀐다

입력 2010-10-03 18:29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의 주택 선호 요인이 바뀌고 있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가치성보다는 자연환경과 편의시설, 조경 등 거주 만족도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도시형생활주택 등 중소형 주택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주택선호의 트렌드 변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지고 있다.

◇‘투자가치’보다는 ‘실거주 만족’ 우선=3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아파트 분양 실수요자 9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하반기 아파트 분양 선호요인 설문조사’ 분석 결과, ‘투자가치’ 항목에 대한 중요도 점수가 5점 만점에 4.30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보다 0.10포인트 낮아진데 이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7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조망권(4.35)과 보안(4.33) 자연환경(4.29) 조경(4.08) 등 실생활 만족도와 관련된 항목은 상반기보다 0.04∼0.11포인트 일제히 상승했다. 주택 선호요인 순위에서도 시공품질이 1위를 차지했고, 교통여건, 가격, 평면구조, 조망, 방범 및 보안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가치’ 항목은 지난 상반기(5위)보다 2단계나 떨어져 7위로 밀려났다.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서정렬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자 주택 실수요자들 간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라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보다는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주거환경에 관심이 높은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중소형 중심’ 도시형 생활주택도 급증세=수도권에 확산되고 있는 ‘전세대란’은 아파트 외에 중소형(85㎡) 주택의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도입된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건수는 올 상반기까지 월평균 667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30가구 미만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축 규제를 완화한 지난 7월부터는 월 평균 1200가구씩 인허가 건수가 급증했다. 향후 중소형 주택의 수요 증가를 겨냥해 건설 업계 및 임대 사업자들이 뛰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도심 역세권과 대학교 주변, 산업단지 주변 등 임대 수요가 높은 지역에 많이 지어지고 있다”면서 “건설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짧아 전·월세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건설업계는 주택선호 트렌드 변화에 따른 정책 및 마케팅 전략이 예전보다 정교해질 전망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이미 정부와 업계에서도 친환경 등을 고려한 주택건설에 역점을 두고 있다”면서 “향후 거주 만족도나 그린 마케팅에 있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정책이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