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양건, 대남사업 총괄…노동당 비서 10명 역할분담은?

입력 2010-10-03 22:33


북한이 지난달 28일 제3차 노동당대표자회를 통해 당 조직을 대폭 보강한 것은 당을 통해 3대 세습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관측이다. 특히 핵심 정책결정 권한을 가진 당 비서 10명은 향후 김정은 후계 구축과정에서 파워 엘리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신규 임명된 비서 8명의 평균나이는 65.9세로 기존 김기남(81)·최태복(80) 비서에 비해 15세가량 젊다.

◇김양건은 대남사업, 실세 최용해는 민간조직=새로운 실세로 부상한 최용해(60)는 지난 4월 심장마비로 사망한 근로담당비서 김중린의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빨치산 1세대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그는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위원,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기념사진 촬영 때는 김정은의 바로 뒤에 섰다.

김일성대 교수를 지낸 조명철 박사(대외경제정책연구원)는 3일 “최용해는 청년 및 근로단체조직, 민방위부 등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원은 당 조직지도부가 관리하지만, 각종 민간 조직은 최용해를 통해 동향을 파악하고 통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용해는 사회주의노동청년연맹 위원장,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 등을 지내 조직관리 경험이 풍부하다.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 북한의 민방위 조직은 유사시 동원 가능한 준군사조직이기도 하다.

대남사업은 당 비서로 승진한 김양건(68) 통일전선부장이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7년 만에 대남담당 비서가 부활한 셈이다. 대남담당 비서는 2003년 10월 김용순 전 비서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한 이후 공석이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서울을 다녀간 경험이 있는 김양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이라며 “김양건이 중심이 돼 남북관계를 대화로 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는 강석주·김영일·박의춘 라인, 경제는 홍석형=당 국제부장에서 비서로 승진한 김영일(63)은 대남 사업을 제외한 외교 실무 책임자가 됐다. 그러나 실질적인 외교 컨트롤 타워는 정치국 정위원으로 진출한 강석주 내각 부총리라는 분석이다. 강석주는 외무성 제1부상을 거친 대미 외교통이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내각의 외무성과 당 국제부 사이에 의견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강석주가 박의춘 외무상과 김영일 비서를 불러 의견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는 홍석형(74) 당 계획재정부장 겸 비서가 맡는다. 홍석형은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의 손자다. 자강도 당 책임비서를 하다가 전격 발탁된 박도춘(66)도 경제통으로 알려져 있다. 자강도는 군수공장이 밀집한 곳이다. 건강이 좋지 않은 전병호 전 비서의 뒤를 이어 군수담당 비서를 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수성가한 문경덕은 공안 맡을 듯=문경덕은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 및 비서가 되면서 깜짝스타가 됐다. 53세로 당 비서와 정치국 위원 가운데 최연소다. 지난 6월 임명된 것으로 추정되는 평양시당 책임비서직도 유지했다. 전 평양시당 책임비서인 최영림은 내각 총리로 발탁된 데 이어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다.

문경덕은 엘리트 집안 출신이 아니라 자수성가형 인물로 알려져 있다. 평양 출생인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사회주의노동청년연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위 부부장 등을 거쳤다. 그의 배경에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성택이 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노동청년연맹에서 활동할 당시 그를 눈여겨봤다는 것이다.

문경덕은 장성택이 2004년 분파행위 혐의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때 함께 숙청됐다가 장성택이 재기해 당 행정부장을 맡자 지난해 당 행정부 부부장으로 발탁됐다. 행정부는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등을 관리하는 공안부서다. 문경덕이 공안담당 비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