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정부 성공 위하여” 건배사로 더 가까이… MB-박근혜, 당분간 ‘훈풍’
입력 2010-10-03 22:49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건배사가 정치권에서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의원들 간 만찬에서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성공과 18대 국회의 성공을 위하여”라고 말했다.
친이계 의원들과 잇따라 식사 모임을 갖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합 기류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만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3일 “박 전 대표가 친이계 진성호 의원이 사진 촬영을 제의하자 스스럼없이 진 의원 곁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며 “표정 자체가 예전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실질적인 ‘국정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까지 제기된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모두 협력이라는 화두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뇌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신뢰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갈등이 다시 촉발될 수 있다.
그 첫 번째 시금석은 개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는 4년 중임제가 소신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밝힌 반면 친이계 핵심부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활발한 행보 역시 개헌 추진과 연결짓는 시각이 많다.
친박계 의원들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이 대통령과 친이계가 박 전 대표를 여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친이계 측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추진을 공식화할 경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 모드는 급격히 냉각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여당 내 차기 대선 후보 경쟁이 본격화되면 친이·친박계 간 갈등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달 중순 호남과 충남을 찾을 예정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박 전 대표는 4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두 지역을 담당하는 ‘감사 2반’에 배속돼 11∼12일에는 관세청 등의 국감을 위해 대전을 찾고, 14일에는 광주지방국세청을 방문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가 호남을 방문하는 것은 2007년 11월 말 이후 약 3년 만이고, 충남지역 방문은 2008년 4월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박 전 대표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국정감사에 충실할 것”이라며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