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남중] 북한 세습 비판

입력 2010-10-03 18:58

북한의 3대 세습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것이다. 아주 성공한 지도자라고 해도 세습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게 현대인의 상식일 텐데, 지구상에서 가장 실패한 국가로 꼽히는 곳에서 통치권을 3대까지 대물림하겠다니 기가 막힌다. 그렇잖아도 북한은 독재와 폐쇄성으로 국제사회에서 괴물 취급을 받아왔다. 3대 세습은 북한을 괴물로 보는 시선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그런 나라와 함께 통일을 도모하고 미래를 논의해야 하는 게 우리의 비극이다.

북한의 세습이 남한 사회에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압력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요즘 보수 세력들은 어디 어디가 북한 세습에 대한 비판을 내놓지 않았고, 어디 어디가 내놓은 비판은 미지근하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벌 세습에 대해서는 그토록 열을 내며 비판하는 세력들이 정작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북한 세습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게 그들 주장이다.

진보 세력들은 그동안 북한 내부 문제에 대해서 말을 아껴왔다. 그렇지만 이번 세습 문제는 그냥 넘어가기 어렵게 됐다. 침묵할 경우, 암묵적 동의가 아니냐는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 세력들이 ‘북한 세습 비판’이라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받은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북한 비판을 극도로 자제한 논평을 발표했다. 반면, 진보신당 대표 후보인 조승수 의원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비판 성명을 발표한 곳이 있는가 하면, 참여연대 등 몇몇 단체들은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세습 시도는 남한 진보 세력들이 ‘북한 비판’이라는 수문을 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북한인권이나 북한민주화 문제를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처지로 몰아가고 있다. 진보학자로 분류되는 손호철 서강대 교수의 글은 그런 점에서 선도적이다. 손 교수는 최근 ‘남한 진보여,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북한의 문제는 침묵하고 있기에는 이미 용인의 수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면서 “뉴라이트류의 북한민주화운동과는 별개로 진보적인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세습 비판’은 남한 사회의 세습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대기업, 사립학교, 대형교회 등에서 허다하게 일어나는 세습은 문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보수 세력들이 ‘남한 세습 비판’은 안 한다는 점이다.

김남중 차장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