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애옥] 내 친구 地球에게

입력 2010-10-03 15:17


지구(地球)야, 무척이나 더웠고 비도 많았던 여름이었지? 참 넌 더위만 있는 게 아니고 얼음덩어리 짊어진 추운 겨울과도 같이 살고 있지. 요즘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해. 네 몸속에 있는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이로 인해 온도가 높아져서 보석처럼 가지고 있는 남극의 얼음 덩어리들이 녹아내려져 널 화나게 만들었다고 말이야.

너의 폐라고 불리는 아마존에 대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우리들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너무 많은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었어. 그래서 이런 저런 이유로 네가 아픔의 눈물을 흘리고 있고, 네가 우리들에게 심술을 부려 쓰나미를 보내고 폭설을 내리게 해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더 화나게 한다면 섬도 바다에 가라앉히고, 봄·여름·가을·겨울이란 사계절을 없애 버릴지 모른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어떤 이는 말세다, 노아의 방주시대가 오고 있다고 겁내기도 해.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과학은 잘 모르지만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단다. 화석 좀 꺼내서 불태우고, 자동차 붕붕거리며 방귀가스 좀 내뿜는다고 사랑하는 지구인을 금방 멸망시킬 지구가 아니라고 말이야. 물론 환경보호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은 결코 아닌 거 알지?

남극의 얼음이 녹았다고 난리 피우는 우리에게 넌 이렇게 말할 것 같구나. “질량보존의 법칙은 자기들이 알아놓고선?” 난 믿어. 아마존의 나무 몇 그루 베어냈다고 네 폐가 망가질 정도로 그렇게 나약하진 않다는 것을. 넌 차가운 빙하를 끼고도 수만년을 살았고 가끔은 뜨거운 불 화산을 토했지. 아직도 그 뜨거운 기운을 토하고 있는 곳이 있더구나.

또 너의 크고 깊은 마음은 아마존에서도 빛을 발하더구나. 아마존이 예전엔 바닷길과 통해 있어서 돌고래가 바닷물과 민물을 오갔는데, 지각 변동으로 인해 연결 수로가 차단되어 민물에서 놀고 있던 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퇴화, 사멸할 처지에 놓이자 환경과 조화를 이룬 분홍 돌고래로 변신시켜 그 종족을 유지하고 살아가게 하잖니. 돌고래가 환경에 잘 적응했다고 보는 시각과 달리 난 지구 네가 그렇게 하도록 허용했다고 봐. 걱정은 뼈를 썩게 한다고 하였으니 걱정하지 않을래.

네가 기침 한번 하는 것이 바람이고, 기지개 한번 켜면 바다 파랑을 흔들리게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할래. 그런데 사람들이 걱정은 하면서도 고마움은 잊고, 계속해서 널 힘들고 성가시게 하고 있어 많이 미안해. 네가 마냥 너그럽고, 늘 한결 같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그래서 나는 감히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를 위해’ 라는 말은 좀 안 하도록 해 보자고 주장하고 싶어. 널 마치 우리 소유물인 것처럼 멋대로 말하기 전에 호흡과도 같은 친구로 생각하고 싶은 거야.

지구야, 여하튼 잘 견디고, 이제 곧 멋진 단풍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해줄 거지? 물론, 겨울엔 하얀 눈도 적당히 보내주는 거 잊지 말고 부탁해.

마지막으로 네 나이가 몇 억 살쯤 될 텐데 이렇게 반말해서 미안해. 내 친구 지구야, 샬롬∼.

김애옥 동아방송예술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