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상외교로 리비아 사건 마무리를

입력 2010-10-03 18:56

리비아에서 국정원 직원의 정보수집 활동과 관련해 종교법 위반 혐의로 구금됐던 한국인 선교사 구모씨와 교민 전모씨가 어제 석방됐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면담한 지 이틀 만의 일이다. 이 의원은 우리 측 잘못을 인정하고 담당자 문책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리비아와 한국의 경제관계가 밀접한데도 한국이 너무 무관심하다며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로써 지난 6월부터 넉 달을 끌어온 리비아와의 외교 갈등이 일단락됐다.

우리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이번 일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우선 한국 외교의 지나친 미국 중심 사고를 시정해야 한다. 리비아는 국제테러 사건들을 지원한 혐의로 카다피 국가원수가 미국의 폭격까지 받았을 정도로 미국과 적대적인 사이였다. 2001년 9·11테러 후 국제정세의 영향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인하고 폐기했으며, 그 대가로 미국과 수교하고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그렇더라도 미국과는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는 사이다. 이런 특수성에 대한 주의가 부족했다.

리비아에 대해 좀 더 확실한 우호 사인을 보낼 필요가 있다. 수교 이래 30년간 경제협력을 통해 신뢰 관계가 다져져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절대 불리한 국면을 벗어날 수 있었다. 대수로 사업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특혜적인 공사 수주는 국제적으로 보기 드물다. 권력자의 배려 없이는 힘든 일이다. 카다피 국가원수가 ‘우리는 최선을 다해 한국을 밀어줬는데 한국이 너무 무관심했다’는 뜻을 전한 데는 일리가 있다. 정상 외교로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를 확실하게 받쳐줄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 해결에는 특사외교 방식이 특효를 보았다. 이 의원은 7월에도 카다피 국가원수를 만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의원은 냉대를 받고도 거듭 찾아가는 “동양적 언어와 방식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용서가 무엇보다 가치 있는 행위’라는 코란 구절을 인용하며 용서를 구했다는 것이다. 자녀 특혜 채용과 같은 구시대 사고의 외교부에는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