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재수 (9) ‘삼고초려 영업전략’ 직접 현장서 솔선
입력 2010-10-03 17:48
현금입출금기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중년의 남자, 손님이 없으면 기계를 툭툭 건드려보는 수상한 남자. 은행 직원이 나의 행동을 주시하다가 청원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왜 이곳에서 서성거리느냐고 물었다.
“제가 바로 저 기기를 만든 사람입니다.”
청원경찰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명함을 건네주면서 다시 설명했다.
“입출금기를 만드는 기업의 사장입니다. 고객에게 불편한 점은 없는지 현장조사를 나온 것입니다.”
“사장님이 직접 점포를 방문하고 있군요. 죄송합니다. 몰라보고 그만….”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현장경영의 원리’다. 나는 사장실에 앉아있는 체질이 아니다. 공장과 점포와 지방 사무소를 돌면서 현장을 체크했다. 특히 24개 지방 사무소를 방문할 때는 항상 아침 7시에 모여 직원들과 함께 설렁탕을 먹는다. 근무시간에 방해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은행 지점장을 만나기 위해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도무지 만나주질 않았다. 결국 은행으로 찾아가 비서에게 명함과 방문 목적을 밝히고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마침 우리 회사 직원이 기기를 체크하기 위해 은행으로 들어왔다. 나는 얼른 몸을 숨겼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다. 행여 직원들의 사기가 꺾일 것을 우려한 것이다.
“사장이 저렇게 낮은 자세를 보이다니…. 사장도 저렇게 힘겨워하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말단 직원은 어떻게 영업을 한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드디어 지점장이 나타났다. 그는 3시간을 기다린 나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사전 예고도 없이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어떻게 합니까.”
“죄송합니다.”
그는 총총히 나가버렸다. 예수를 믿기 전에는 이런 수모를 견뎌내지 못했다. 강하게 항의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절망과 고통의 파도가 밀려와도 그것을 능히 참아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시험을 참는 자는 복이 있나니 이는 시련을 견뎌낸 자가 주께서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면류관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라”(야고보서 1장 12절).
며칠 후, 미리 전화를 하고 그 지점장을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방문 목적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지점장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협조를 약속했다. 나는 이것을 ‘3·3·3 전략’이라고 부른다. 고객 앞에서 3시간을 기다려라. 30분쯤 욕먹을 각오를 하라. 이런 일을 최소한 3번은 시도하라. 그러면 반드시 문이 열릴 것이다. 직원들에게 이 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한 번 두드려 열리는 문은 거의 없다. 계속 두드려야 한다. 이런 끈기가 없으면 영업에 성공할 수 없다.
2009년 초, 회사에 큰 시련이 닥쳤다. 국세청 및 관세청의 세무조사를 비롯해 각종 조사를 모두 받았다. 그 과정에서 경영의 미숙한 부분들이 드러났다. 우리 회사는 아주 짧은 기간에 성장했다. 하드웨어는 제법 규모를 갖춘 반면 경영의 소프트웨어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세무조사를 앞두고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갈급한 심정으로 기도원에 올랐다.
“하나님, 난생 처음 받는 세무조사입니다. 이번 시험을 잘 이겨내게 해주세요. 지혜와 명철을 주세요.”
기도하는 그 시각, 회사는 세무조사를 받고 있었다. 조사관은 사장이 얼굴을 비추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리고 직원에게 말했다.
“사장은 어디 있나요.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지금 기도원에 있습니다.”
조사관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기도원이요? 그럼 전화를 하세요.” “기도하는 중에는 전화연락도 안 됩니다.”
분위기가 점점 어두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