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대호에 웃고… 이대호에 울고…

입력 2010-10-03 19:09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이대호가 두산·롯데를 웃고 울리게 만들고 있다. 1∼3차전까지 이대호의 공·수 활약 여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2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롯데는 1∼2차전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했던 이대호의 부진으로 경기를 내줬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친 이대호의 방망이가 침묵했고, ‘수비요정’이란 찬사를 받던 3루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실책을 범해 경기를 두산에 헌납했다. 롯데가 2-0으로 앞선 4회, 롯데는 두산 이종욱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면서 1점차로 쫓겼다. 이어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이 이어지면서 무사 만루의 위기가 닥쳤다. 타석에 나선 손시헌이 친 평범한 타구가 이대호를 향해 굴러갔다. 하지만 타구는 이대호의 글러브에 맞고 뒤로 빠졌고 이 사이 2명의 두산 주자가 홈을 밟았다. 순식간에 점수는 2-3으로 뒤집혔고, 호투하던 롯데 선발 이재곤은 곧이어 2점을 또 내줘 2-5로 점수차가 더욱 늘어났다. 이대호의 실책 하나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이대호는 타선에서도 부진했다. 1회와 3회 연속으로 삼진으로 물러난 이대호는 5회 추격의 기회에서도 범타로 물러나는 등 타격 7관왕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2-6으로 뒤지던 롯데가 5회 절호의 역전 찬스를 맞았을 때의 범타가 아쉬웠다. 롯데는 5회 전준우의 홈런을 시작으로 상대 수비의 실책 등을 엮어 맹추격전을 펼쳤고, 1점차로 추격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1사 2루 추가점을 낼 수 있는 상태에서 등장한 이대호가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추가점을 뽑는데 실패했다.

두산으로선 이대호 덕택에 준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낭떠러지에서 탈출한 셈이다. 두산은 이날 역대 준플레이오프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 팀에서 4개의 병살타를 친 팀이 됐지만 이대호의 실책으로 한숨을 돌렸다.

반면 1∼2차전은 이대호의 공·수 활약 때문에 롯데가 웃고 두산이 울었다. 1차전에는 여러차례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면서 두산을 울렸고, 2차전에는 연장 10회초 결정적인 순간 스리런포 한 방으로 롯데 팬을 환하게 웃게 만들었다. 과연 이대호가 어느 팀을 마지막 순간 웃게 만들 지 관심이 집중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