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림을 만나 ‘향기’를 뿜다… ‘책과의 소통에 관한 4가지 읽기’ 전

입력 2010-10-03 17:29


책과 그림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림 없는 책도 있지만 그림은 책에 서정성을 불어넣는 요소이고, 책은 전시장이 아닌 지면으로 그림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매체다. 환기미술관과 국립중앙도서관은 책과 그림의 관계를 모색해보는 ‘책과의 소통에 관한 4가지 읽기’ 전을 5일부터 내년 4월까지 서울 반포로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전시실에서 연다.

한국 수필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근원수필’의 저자 김용준은 ‘문장’ ‘학풍’ ‘춘추’ 등 문학잡지에 표지화와 삽화작업을 했다. 김용준이 정지용의 시를 모아 장정한 단행본 ‘지용시선’(1946)은 화폭에 난을 친 수묵화풍으로, 한국적인 소재와 기법으로 책의 앞 뒤 공간을 활용해 대담하게 구성했다. ‘근원수필’에는 자신의 자화상을 권두화 형식으로 드로잉했다.

김환기는 김광섭의 시 한 구절에서 제목을 붙인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서 볼 수 있듯이, 문학이 그의 예술관에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1939년 ‘문장’의 권두화를 시작으로 1955년 ‘현대문학’ 창간호 표지화 등을 그렸고, 김동리 김동인 노천명 염상섭 황순원 등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이들의 소설과 수필집 등에 장정과 삽화작업으로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었다.

어린 아이를 비롯해 가족의 모습과 소 닭 까마귀 게 등을 즐겨 그린 이중섭은 ‘문예’ ‘현대문학’ ‘자유공론’ 등 표지화와 삽화작업을 했으며 장욱진은 ‘신천지’ ‘사상계’ 등 잡지에 해학적이면서도 정감어린 그림을 삽입했다.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장정과 삽화들은 제1부 ‘책을 읽는다’(5일∼11월 7일)에서 살펴볼 수 있다. 책과 함께 그림도 읽을 수 있는 코너다.

제2부 ‘책을 감상하다’(11월 6일∼12월 26일)는 책 속의 문자와 그림을 통해 읽는 이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고전적인 읽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책의 조형성으로 독자들과의 소통을 모색하는 코너다. 북아티스트 김나래의 컬렉션은 책이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또한 어떤 미래를 보여줄지 제시하고 있다. 박재용의 나비 설치작업은 ‘책이 가진 또 하나의 가치-조형성’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노경화 정영훈 이주영 이재환 등의 작품으로 구성된 제3부 ‘책과 놀이한다’(내년 1월 5일∼2월 24일)는 읽기와 감상의 단계를 넘어 책과 더불어 놀이하기를 시도하는 전시다. 전시공간에 설치된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과 소통하기 위해 관람객은 스스로 새로운 형태의 읽기 방식을 찾아야 하고, 그러다 보면 책과 친해지고 자연스레 감상의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는 얘기다.

전시공간을 책처럼 꾸며 마치 관객이 책 속으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제4부 ‘책 속으로 들어간다’(내년 3월 4일∼4월 24일)에는 조용욱 양한일 임소영 김세훈 등 작가들이 참여한다. 관람객들은 영상설치 등으로 이뤄진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종이 물 빛 등 책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체험할 수 있다. 독서의 계절에 미술작품과 함께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다. 무료 전시(02-391-770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