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36) 신생대 ‘죠스’의 이빨 화석

입력 2010-10-03 17:29


“앗! 상어가 나타났다.” 영화 ‘죠스’에 나온 상어와 비슷한 종류의 상어 이빨 화석이 경북 포항시 장량지구 택지개발사업부지에 포함된 1200만∼1400만년 전 지층에서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상어 이빨은 경사(측면) 길이 67.92㎜에 높이 43.45㎜로 국내에서 그동안 발견된 상어 이빨 화석 가운데 가장 큰 것이라는군요.

이 화석은 지난해 8월 1일 아마추어 화석연구가인 김현대씨가 우연히 발견해 문화재청에 기증한 것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에서 1년 정도 연구·분석을 진행했답니다. 지난 7월 말 포항시 죽천리에서도 상어 이빨 화석이 발견됐는데 이빨 경사 길이 41㎜로 이번 상어와는 다른 종류로 확인됐다고 천연기념물센터는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 상어 이빨에서는 현존 상어 중 가장 난폭하다는 백상아리와 이미 멸종된 신생대의 대형 상어인 메갈로돈의 이빨에서 보는 것과 같은 날카로운 톱날 구조가 또렷하게 드러났습니다. 1㎝당 톱날 구조의 숫자는 16∼19개로 파악됐지요. 이번 상어 이빨 화석은 멸종 대형 상어인 메갈로돈이 우리나라 신생대 마이오세에 서식했다는 첫 증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우리나라의 신생대 상어 화석은 3가지입니다. 이번 상어 이빨과 같은 지역에서 뱀상어(흉상어과)에 속하는 상어의 이빨 12점이 나왔고, 포항 죽천리 상어 이빨은 청상아리(마코상어)에 속하는 것으로 국내에 최소 3종류 이상의 상어가 존재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상어 이빨 화석과 함께 고래 성게 물고기 갯가재 등의 화석도 나왔다니 좀더 심층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상어가 지구 상에 등장했던 시기는 언제였을까요. 지금으로부터 4억년 전 고생대 실루이라기에 상어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공룡이 나타나기 훨씬 전(약 2억년 전 이상)에 상어는 이미 지구상에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메갈로돈은 몸 길이가 15∼18m로 전 세계에 걸쳐 분포했으며 2억5000만년 전에 나타났다가 200만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조사됐지요.

사실 상어의 화석은 매우 드문 편이랍니다. 상어의 골격은 모두 연골로 이뤄져 죽게 되면 곧바로 부패되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뼈로 이뤄진 공룡이나 매머드와 같은 다른 척추동물들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상어의 경우 이빨과 석회화 과정을 거친 척추뼈만이 화석으로 남게 되는데, 대부분은 이빨 화석인 셈이지요.

고래의 척추뼈에 메갈로돈의 이빨 자국이 남아있는 화석이 발견된 사례로 보아 메갈로돈이 주로 고래를 먹고 살았다고 여겨집니다. 메갈로돈을 포함한 모든 상어는 일평생 2만개의 이빨을 갖는다는군요.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에 발견된 상어 이빨 화석을 내년부터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을 통해 일반에 공개한다니 사람을 잔인하게 물어뜯은 ‘죠스’의 모습을 간접 체험할 수 있을 겁니다.

이광형 문화과학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