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녀의 ‘3색’ 고민 오롯이 한번 들어보세요
입력 2010-10-03 17:28
서른 살의 가을은 쓸쓸하다. 꿈은 이뤄지지 않았고, 미래는 여전히 짙은 안개처럼 뿌옇다. 서른 살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연 세 편을 소개한다.
◇뮤지컬 ‘틱, 틱...붐!’
서른 살에 생을 마감한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이다. 뮤지컬 ‘렌트’의 작곡가이기도 한 라슨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밤에는 작곡에 몰두하고 낮에는 소호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브로드웨이를 향한 꿈을 키운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투영했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오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여자친구와의 갈등, 꿈에 대한 갈망 등 서른 살 청년의 희로애락이 빼곡히 담겨있다. 원래는 모놀로그 형식이었지만 존, 마이클, 수잔 등 세 명의 인물로 나눠 삶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했다.
2001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됐고, 이번이 다섯 번째 공연이다. 정감 있는 발라드와 직선적일 록 음악은 이야기와 균형을 이루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추상적인 무대에 현실적인 소도구 사용은 최대한 배제한다. 지금까지 공연된 ‘틱, 틱...붐!’ 중에 가장 실험적인 무대로 꾸몄다. 공연은 진지하고 어두운 느낌보다 밝고 경쾌한 느낌에 방점을 찍는다. 강필석 신성록 윤공주 이주광이 출연한다. 11월 7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1544-1555).
◇연극 ‘오월엔 결혼할 거야’
스물아홉 동갑내기 세 여자의 이야기. 친구인 세연과 정은, 지희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매달 10만원씩 함께 적금을 들기로 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결혼하는 친구가 그 적금을 다 가지기로 약속한다. 10년 후 적금은 3825만원으로 불었다. 그리고 10년째 직업이 없던 지희가 갑자기 결혼을 선포한다. 수학강사인 세연과 작가인 정은은 이에 당황하고 누구라도 먼저 결혼해서 돈을 나누기로 한다.
‘오월엔 결혼할 거야’는 일과 사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이 결혼 앞에서 나약해지는 모습을 담아낸다. 한 친구의 결혼 소식에 돈을 핑계로 자신들도 결혼을 서두르지만 속마음에는 돈에 대한 욕심보다는 남보다 뒤쳐지는 게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칙릿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2007년 초연 이후 창작연극으로는 꾸준하게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다. 여성의 속마음을 시원하게 표현해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작품이다.
드라마 ‘보석비빔밥’에 출연한 탤런트 고나은이 연극 무대에 데뷔하고, 박서연 송지영 재경 허지나 등이 출연한다. 내년 1월 3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6-6007).
◇음악극 ‘도시녀의 칠거지악’
서른세 살이 된 세 명의 노처녀는 고독하고 외로운 도시를 떠나려고 한다. 이상과 현실은 점차 멀어지지만 떠날 수 없다. 자만심, 1%의 희망, 무감각, 동일시, 죄악감, 운명론, 과거로의 귀환 등 7개의 주제로 이들의 마음을 표현한다. 극 전체를 감싸는 음악을 배경으로 대사보다는 몸짓으로 메시지를 표현해 강렬한 느낌을 준다. 도시에서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에피소드를 유쾌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보여준다. 음악은 유재하음악상 대상을 받은 가수 박정아가 만들었다. 10월 24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 극장(02-745-0334).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