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용도변경·굴뚝효과…초고층 건물, 화재에 왜 취약한가

입력 2010-10-02 01:08

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주상복합건물 우신골든스위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초고층 건물에 대한 안전대책 부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불이 난 시각이 오전 11시34분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주민들이 잠들어 있던 밤이나 새벽시간에 화재가 났다면 대형 참사를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초고층 건물 화재 무방비 왜=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전국적으로 아파트와 복합건축물을 포함해 지상 11층 이상의 고층 건물은 전국적으로 8만3725곳이다. 초고층 건물은 ‘굴뚝 효과’ 등으로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굴뚝효과란 건물 안팎의 압력차로 불이 났을 때 뜨거운 공기가 빠르게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불길이 쉽게 번지는 것이다. 또 매연이 급격히 내부로 퍼져 질식사할 위험이 크고, 고층으로는 소방대원이 진입하기 힘들어 인명구조 작전을 펼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화재 확산 시 긴급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발코니를 용도변경하는 사례도 많아 위험을 키우고 있다.

반면 이들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소방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소방 당국이 보유한 장비는 고가사다리차 194대, 굴절사다리차 213대, 무인방수탑차 7대, 헬기 26대 등이다. 하지만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사다리차, 무인방수탑차는 이날 화재를 통해 드러났듯 15층 이상 건물에서는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초고층 건물에서 대형 참사를 막으려면 특화된 화재 진압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헬기 등 초고층 화재에 특화된 장비를 확보해야 하고, 건물 내에도 자체 진화 설비를 확충해야 한다고 소방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부 재난 대책도 현실과 동떨어져=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난에 대비해 마련한 법 규정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소방방재청은 대형 화재에 취약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에 대해 인허가 이전에 재난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초고층 건축물과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등은 시공 전 사전 재난영향성 검토를 거쳐 종합방재실 및 피난안전구역 설치 계획, 방화구획, 연소확대 방지책, 피난 유도 계획, 보안 및 테러, 침수 대책 등을 설계에 반영해 인허가를 신청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번에 불이 난 38층 건물은 해당되지 않는다. 법안은 대상 건물을 50층 이상 500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건물, 지하상가 등으로 한정했다. 결국 고가사다리차가 닿지 않는 15∼49층의 건물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

황일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