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원인·피해 상황…미화원 작업실서 검은 연기·불길 치솟아
입력 2010-10-02 00:58
1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는 미화원 작업실이 있는 4층에서 시작됐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미화원이 수거해 모아 둔 가연물질 등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화원 작업실에서 발화=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4분쯤 시작된 불은 20여분도 채 안돼 옥상까지 번져 스카이라운지와 38층 펜트하우스, 37층 일부 세대를 태웠다.
입주민 홍모(45)씨는 “4층에서 연기가 보이는가 싶더니 얼마 안 있어 옥상에서 불길이 보였다”며 “불길 확산 속도가 광장히 빨랐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상당수 목격자들이 ‘4층에서 갑자기 검은 연기와 불길이 시작됐다’고 증언했다”며 “미화원 작업실에 있던 가연물질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평소 미화원들이 작업실에서 폐지 등을 태웠다는 진술을 확보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가연성 마감재가 피해 키워=소방 당국과 주민들은 이번 화재로 수십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큰 피해가 난 것은 건물의 외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사용된 마감재가 불에 약해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외벽 마감재로 12㎜ 두께의 알루미늄 패널을 가로세로 1m 이하 크기로 잘라 벽면에 붙였다. 알루미늄 패널 내부에 스티로폼을 사용하고, 바깥 부분에는 특수 페인트로 칠하는데 화재에 취약한 페인트와 스티로폼이 불길을 옮기는 작용을 했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불은 인화성 강한 벽면 알루미늄 패널을 타고 빠르게 확산, 2개동을 연결하는 통로를 태운 뒤 계단을 타고 번져 옥상까지 옮겨 붙었다.
주민들은 소방 당국의 미숙한 대처와 안일한 판단이 화를 키웠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소방본부는 일부 층에서 잔불이 남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1시2분쯤 화재가 진압됐다며 서둘러 철수했다가 불이 다시 번지자 재출동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이 건물 38층에 사는 이모(60)씨는 “소방 당국이 초기 진화를 섣부르게 판단, 철수하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며 “불씨가 다시 살아 옥상까지 불길이 번지는 등 피해가 확산된 것은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다른 입주민도 “화재 초기에 소방관들이 유리를 깨고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면 피해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또 화재 발생 초기 헬기 1대만 투입했으나 고층에서 확산되는 불길을 감당하기 힘들자 뒤늦게 산림청과 육군 53사단에서 헬기 3대를 지원받아 현장에 추가 투입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