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 취임…민주당 ‘반대’ 당론 힘 못썼다
입력 2010-10-02 00:56
국회는 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임명동의안은 재석 의원 244명 가운데 찬성 169표, 반대 71표, 기권 4표로 가결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김 총리를 지명한 지 16일 만이다. 이로써 지난 8월 11일 정운찬 전 총리 퇴임 이후 계속돼온 총리 공백 사태는 51일 만에 마감됐다.
김 후보자는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직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각 부처 장차관과 고위공무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가졌다. 김 총리는 “공정한 사회의 실현을 통한 선진일류국가 건설이라는 이 대통령의 큰 뜻을 이뤄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전남 장성이 고향인 김 총리는 정부 수립 이후 첫 전남 출신 총리로 기록됐다.
표결을 앞두고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별다른 반대 의견이 없었다. 김태호 전 후보자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빗발쳤던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민주당은 인준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 당초 권고적 반대 당론으로 채택하거나 자율 투표에 맡길 것으로 관측됐지만 의원총회를 거쳐 반대를 강제적 당론으로 정했다. 당 안팎에선 호남 출신 총리 봐주기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야의 당론이 정해진 뒤 특위는 전체회의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각종 의혹이 해명돼 ‘적격’이라는 한나라당 위원들의 의견과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소신과 정치력이 부족해 ‘부적격’하다는 야당 위원들의 의견을 병기한 경과보고서를 표결 없이 통과시켰다.
오후에 열린 본회의 인준안 투표에서는 87명의 민주당 의원 중 59명만이 참석했다.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방송 토론회 참석차 불참한 탓도 있지만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가 의총에서 “(인준안에) 찬성하시는 분은 (표결 시) 본회의에서 잠깐 나가주셔도 좋겠다”고 요청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유선진당(16석)과 민주노동당(5석) 등이 반대 의견을 피력했음을 감안하면 박 대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참석 의원 가운데 이탈표가 10표 내외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찬성표는 한나라당 전체 의석수(171석)에 근접한다.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들은 투표 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노당은 “민주당은 지역안배라는 논평을 내 걸림돌을 제거해 주고, 청문회 전날 대통령과 러브샷하는 등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은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푸들이 되고 말 것인가”라는 논평을 냈고 진보신당은 이번 청문회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짬짜미 청문회’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국회는 2009 회계연도 결산안과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국회의원직 사퇴서도 처리했다. 임 실장은 지난 7월 8일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했으나 여야는 사퇴서 처리를 미뤄왔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