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배추 출하도 작년 절반 ‘뚝’…김장파동 우려
입력 2010-10-01 21:58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김장철 배추 가격 안정에 비상이 걸렸다. 산지 작황이 부진한 데다 가을배추를 미리 당겨 수확한 농가도 많아 11월 김장배추 물량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부 농가들은 정부 전망가(2000원)보다 최소 4배 이상 비싼 값에 김장배추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을 김장배추 산지인 전북 진안면 부귀농협 관계자는 1일 “가을에 김장배추가 나오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 예상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11월 김장배추나 월동배추 작황이 좋지 않아 물량이 달린다는 것이다. 전날 정승 농림수산식품부 2차관은 배추에 영양제를 뿌리고 가을 날씨가 좋으면 김장 때 배추값이 2000원대로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부귀농협 관계자는 “예전엔 ‘밭떼기’(포전거래) 상인들이 질 좋은 배추들만 계약했지만 지금은 잎이 너덜너덜한 배추라도 무조건 계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10∼12월에 수확하는 배추가 충분치 않아 일단 계약하고 보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떨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 농협 관계자도 “지금 먹고 있는 배추는 그동안 물량이 없어 가을배추를 미리 당겨 먹은 것”이라며 “앞으로 출하될 김장배추 물량은 예년의 50%를 밑도는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천농협은 현재 농가에서 배추 한 포기당 2000∼3000원에 사들여 5000원에 거래하고 있다. 때문에 11, 12월 배추가격은 산지기준 포기당 5000원 이상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협 관계자는 “서울의 김장배추 가격은 아무리 내려도 8000원 이하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라도에서 나오는 김장배추와 월동배추의 밭떼기 거래가격 역시 이미 2배가량 올랐다. 전남 해남 의 남도농원 대표 박남일씨는 “밭떼기 상인들이 지난해에는 한 마지기당 55만∼77만원에 계약했지만 지금은 100만∼130만원까지 부른다”며 “이들이 이미 전라도 김장배추 70% 이상을 계약해 시중가격은 그보다 훨씬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해남은 전국 월동배추 재배면적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해남 배추가격 상승은 시중가격 상승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배추농가인 해남의 새벽영농 대표 정문수씨는 “배추 씨앗을 뿌리고 새싹을 심을 시기에 태풍이 와서 배추를 심지 못하거나 파종 시기가 늦은 농가들이 많다”며 “예년엔 11월 초 수확했던 김장배추가 12월이 돼야 출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남원의 귀거래사농장 강신영씨는 “정부가 배추에 영양제를 줘서 수확량을 늘린다고 하지만 배추 파종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날씨라도 도와줘야 김장배추 파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임세정 김수현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