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돈줄 조이기’ 강도 높인다

입력 2010-10-01 18:12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 속속 대이란 투자 중단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토탈(프랑스), 로열 더취 쉘(영국), 스타트오일(노르웨이), ENI(이탈리아) 등 유럽의 다국적 석유업체 4곳이 이란과의 원유 수출입 거래를 중단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30일 보도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은 이들 석유업체로부터 에너지 분야 신규사업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고 밝혔다.

BBC방송은 이들 거대 기업이 이란과의 원유 관련 계약을 백지화한 것은 “이란과의 거래를 지속할 경우 해당 기업들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미국의 제재안이 확정·발표된 이후에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이란 제재에 합류하지 않는 기업을 조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미국 국내법에 규정돼 있는 ‘포괄적 제재’가 전면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일부 국제 석유기업이 아직 제재 이행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국무부가 이들 기업을 조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7월 통과된 ‘포괄적 대이란 제재법’은 이란의 석유부문에 2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해외 기업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도 30일 미국의 의향에 따라 이란에서 유전을 개발하던 일본 국제석유개발(INPEX)을 철수토록 조치했다. INPEX는 2004년 아자데간 유전의 지분 75%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미국이 이란 핵 개발 저지를 위한 경제제재를 본격화한 2006년 이후 10%까지 축소됐다.

미국이 전격적인 조치를 취한 이후 이란은 당장 현금 유동성 확보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란의 원유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이란 전문가들도 석유 감산 등을 통한 조치를 강력한 자체 방어 무기로 삼고 있는 이란으로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또다시 개발하려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낡은 유정이 많은 이란으로서는 석유 수출이 급감할 경우 곧바로 경제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럴 경우 민심이 이반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골수 이슬람 이란과의 승부가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