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고층 건물 소방 대책 철저히 점검해야
입력 2010-10-01 17:37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안에 있는 오피스텔 우신골든스위트에서 1일 발생한 대형 화재는 재난영화 ‘타워링’을 연상케 할 만큼 순식간에 불길이 커졌다. 이날 오전 11시34분쯤 우신골든스위트 4층 환경미화원 작업실이나 세탁실에서 불이 나 인화성이 강한 건물 외벽의 마감재를 타고 옥상까지 번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소방 당국은 헬기와 고가사다리차로 입주민 38명을 대피시켰다. 주민 3명과 소방관 1명이 부상한 것 말고는 특별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이 자는 심야에 불이 났더라면 자칫 대형 참사로 커질 수 있는 화재였다.
이번 화재는 미숙한 초동 대처로 인해 피해를 키웠다. 불이 4층에서 옥상까지 번졌는데도 관리사무소 측에서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지적했다. 119구조대의 사이렌 소리를 듣고 오피스텔에 불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유리를 깨고 진화에 나섰더라면 조기에 불길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한다. 한 입주민은 “5∼6층 유리를 깨고 불을 끄면 될 것”이라고 제의했지만 소방관들은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미적거렸다고 말했다.
긴급 출동한 수십대의 일반 소방차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고, 고층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에 쓰이는 굴절사다리차나 고가사다리차도 13∼14층 이상의 불길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소방 당국은 고층용 소방차가 닿지 못하는 초고층 건물에 대한 화재 진압 장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초고층 아파트나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장비 도입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불은 페인트로 도색한 알루미늄패널과 단열재를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패널과 단열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시공업체가 규정에 맞는 재료를 적합한 공법으로 사용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경찰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원래 골프연습장으로 마련한 공간이 어떻게 환경미화원 작업실로 변경됐고, 평소 환경미화원들이 그곳에서 소각 작업을 했는지 여부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