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北 황태자’ 김정은의 힘 어디서
입력 2010-10-01 18:26
권위는 할아버지, 권력은 아버지에게서…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북한의 3대 세습 작업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고 김일성 주석의 향수를 자극해 후계자로서의 권위를 얻고,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원으로 후계 구도를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이 30일 공개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미뤄 볼 때 향후 김정은은 머리 모양과 복장은 물론 체형과 행동까지 젊은 시절의 김 주석을 흉내낼 가능성이 높다. ‘김일성 아바타’가 따로 없는 셈이다.
김정은이 당 대표자회에서 입은 군청색이 도는 검은 인민복은 김일성 주석이 1950년대에 입어 유명해졌다. 김 위원장이 김 주석과의 차별화를 위해 카키색 인민복을 입었다면 김정은은 할아버지의 색을 되살린 셈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일 “과거 김 위원장이 혹독한 자질 검증을 통해 후계자로 등장한 것과 달리 김정은은 압축 승계를 위해 ‘김일성 환생’이라는 이미지 정치를 앞세우고 있다”며 “할아버지의 후광을 이용해 지도자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당 대표자회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은 곳도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앞이다. 북한이 이번에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김일성 조선’ ‘길일성 동지의 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3대 세습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반면 아버지 김 위원장은 김정은에게 후계자가 되기 위한 현실 권력을 쥐어주고 있다. 김정은은 당 최고위직인 정치국 상무위원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당·정·군의 핵심 멤버가 포진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출되면서 사실상 2인자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전날 남북 군사실무회담에 나왔던 북측 기자들이 “(김정은은) 대장이 아니라 큰 별 하나(차수)”라고 언급한 것은 그의 위상을 간접 증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차수보다 한 단계 높은 원수다. “이미 김정은의 실제 권력은 김 위원장을 능가했다”(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는 관측도 있다.
향후 숙청 작업도 예견된다. 김 위원장의 경우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됐으나 당 비서 등 핵심 간부에 대한 인사권을 장악한 것은 78년쯤이다. 김 위원장은 4년 동안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반대파를 정리했다.
대대적인 우상화 작업도 후계구도 안착을 위한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경우 후계자로 내정된 이듬해부터 군대 병영과 사무실 등에 초상화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