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CEO 구본준 부회장 취임… 휴대전화·TV ‘명예회복’ 시동

입력 2010-10-01 18:26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구본준(59·사진) 부회장이 1일 공식 취임했다. 구 부회장은 “반드시 명예를 되찾겠다”는 결의를 밝히면서 최근 실적이 부진했던 휴대전화와 TV부문 사업본부장을 모두 교체했다. 취임과 동시에 진용을 새로 꾸리며 위기탈출의 시동을 건 것이다.

구 부회장은 이날 취임식을 열지 않고 임직원들에게 이메일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메시지에서 “지금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고 특히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휴대전화 사업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잠시만 방심하면 추월당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게임 법칙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게 시급한 사명”이라면서 혁신제품 지속 개발, 최고 품질 확보, 고객 기반 사업전략, 인재 육성, 자율과 창의를 5대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의기소침해하지 말고 잘못된 것은 빨리 고치고 잘하는 것은 발전시켜 우리 손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되찾자”는 독려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최근까지 LG상사를 이끌어온 구 부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LG전자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오너 일가 경영인이다. 스마트폰 혁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위기를 초래한 남용 부회장은 지난달 17일 용퇴했다.

구 부회장 취임과 함께 LG전자는 본부장급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TV를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에 권희원 부사장(LCD TV 사업부장), 휴대전화 부문인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에 박종석 부사장(전 MC연구소)이 각각 선임됐다.

HE사업본부를 이끌던 강신익 사장은 전사 마케팅을 총괄하는 글로벌마케팅 담당으로, MC사업본부장이던 안승권 사장은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이동했다. CTO를 맡아온 백우현 사장은 CEO 직속 신설조직인 신성장동력기술 담당을 맡게 됐다. 이밖에 MC사업본부 스마트폰 사업부장이던 이정준 부사장은 PC사업부장으로 전보됐고, MC연구소장에는 정옥현 전무가 임명됐다.

인사 시점은 시장의 예상보다 빨랐으나 물갈이 폭은 크지 않았다. 5명의 본부장 중 2명만 교체됐기 때문이다. 이들 2명도 좌천되지 않고 다른 중요 보직을 맡게 됐다. 업계에선 안정과 인화를 중시하는 LG 기업문화가 반영된 인사로 평가했다. LG전자 측은 “신임 본부장도 해당 조직에서 최근까지 제품개발과 전략실행을 맡아온 인물들을 기용해 업무의 연속성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