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경찰, 복지혜택 삭감 불만에 유혈 폭동

입력 2010-10-02 01:00


남미 에콰도르 경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복지 혜택 삭감에 반발하며 유혈 폭동을 일으켰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현직 대통령이 한때 ‘포로’ 상태에 빠지는 등 에콰도르 정국이 극도의 혼란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혈 충돌 속 사상자 최소 50여명=폭동은 수백명의 경찰 병력이 수도에 위치한 키토 국제공항의 활주로를 장악하고, 보너스를 줄이는 새 법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항공기의 이착륙이 전면 중단됐고, 여행객 약 700명의 발이 묶였다.



경찰 시위대는 또 과야킬과 쿠엥카 등 주요 도시의 정부청사를 한때 접수했다. 이어 키토 국제공항과 연결되는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키토와 과야길 등 각지의 군 기지를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군인들이 폭동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토에서 최소한 은행 2곳이 약탈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고 학교들은 휴교에 들어갔다. 현지 언론들은 “슈퍼마켓이 공격을 당하고 강도들이 활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와중에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무릎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던 경찰 병원에서 시위대에 의해 사실상 억류되기도 했다. 정부군은 경찰 시위대와의 총격전 끝에 코레아 대통령을 구출해냈다. 휠체어를 타고 마스크를 쓴 채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2명이 숨졌다.



미겔 카르바할 치안장관은 비상사태령을 발표하면서 경찰의 역할을 군대가 대신 맡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에콰도르군 총사령관인 에르네스토 곤잘레스 장군은 즉각 코레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약속하며 질서 회복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대통령궁으로 돌아와 “국가를 혼란으로 내몬 이번 사태에 대해선 용서도, 망각도 없다”며 시위 경찰에 대한 처벌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 전했다.



조르주 아르테아가 에콰도르 적십자 대변인은 경찰 병원에서의 유혈 충돌 등으로 적어도 2명 이상이 숨지고 50여명이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다.



군·경 복지 혜택 삭감이 폭동 배경=이번 폭동은 에콰도르 의회가 지난달 29일 군과 경찰의 복지 혜택을 삭감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법안은 군·경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보너스를 삭감하고 월급 인상률을 낮추는 한편 자동 진급 시한을 연장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경찰 시위대는 “이번 시위는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단정한 뒤 “정부는 하루 14시간씩 근무하면서도 아무런 혜택을 못 받는 우리와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코레아 대통령은 “야당과 군·경 특정 세력이 주도한 쿠데타 시도”라며 “이미 2007년 이후 월급이 두배 인상된 만큼 협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국제사회는 코레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남미지역 정치기구인 남미국가연합은 이날 아르헨티나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필요할 경우 남미국가연합 대표단이 에콰도르를 방문키로 했다. 인근 콜롬비아와 페루는 에콰도르 쪽 국경을 폐쇄했다. 미국도 현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누구?

라파엘 코레아(47) 대통령은 2006년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로 부패에 찌든 기존 보수 정치권에 반대해 ‘시민혁명’을 부르짖으며 일약 유력 대권주자로 부각됐다. 그해 11월 대선에서 친미 성향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좌파 성향의 코레아 대통령은 민족주의를 강하게 표방해 당시 ‘제2의 우고 차베스’로 불렸다. 코레아 대통령은 2008년 9월 대통령 권한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新)헌법을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어 지난해 4월 잔여 임기를 포기하고 재선에 도전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