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 총리,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길

입력 2010-10-01 17:44

김황식 국무총리가 어제 오후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정운찬 총리 사퇴 이후 공석이던 행정부 2인자 자리가 2개월 만에 채워진 셈이다. 그동안 총리가 없었는데도 행정부가 별 탈 없이 굴러가는 것을 보고 ‘총리 무용론’을 생각한 국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총리는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자리다. 대한민국 헌법상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위치에 있다. 국무회의 부의장인데다 국무위원 해임을 건의할 수 있으며, 대통령 궐위 시에는 대통령 권한을 대행토록 돼 있다.

그런 총리를 2개월 동안이나 공석으로 두었으니 국정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 대통령실이 일부 대신 하긴 했겠지만 각 부처 주요 정책에 대한 조정 업무가 제대로 됐을 리 없다. 따라서 새 총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직기강을 바로잡아 국정을 제대로 장악하는 일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승수 총리는 자원외교,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수정에 관심을 두는 바람에 일반 정책을 조율하는 데 소홀했다. 김 총리는 정책 조정이 총리실의 기본 책무임을 인식하고 일단 여기에 관심을 집중하기 바란다.

김 총리가 각별히 유념해야 할 점은 헌법에도 나와 있듯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눈과 귀가 돼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국정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나가는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임기 후반기 복잡다기한 여론을 제대로 읽고 대통령에게 서슴없이 직언함으로써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특히 친인척 관련 부분은 대통령실조차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총리가 촉각을 곤두세워 감시할 필요가 있다.

사회통합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지역, 이념, 계층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회통합위원회가 활동하고 있고, 대통령실에 사회통합수석까지 신설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 총리는 최초의 전남 출신 총리로서 영남 출신 대통령을 지역적으로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